유튜브 K팝 리액션 영상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영국 구글 스튜디오 방문…현지 유튜버 인터뷰
(런던=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구글 유튜브 스튜디오.
빨간 버튼 모양 간판 아래 달린 카메라를 향해 신분증을 보여주자 '철컥'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공간을 예약한 유튜버 르셰이 벤 살미(19) 양은 능숙하게 스튜디오 내부를 소개했다. 1층에는 넓은 공용 공간과 방음시설이 갖춰진 작은 편집실들이 자리했고, 지하에는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제공하는 무료 바가 마련돼 있었다. 런던 젊은이들은 노트북과 촬영 장비를 들고 분주히 스튜디오를 오갔다.
"구독자 1만명 이상이면 스튜디오를 무료로 예약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전문적인 장비로 동영상을 편집하고, 다른 유튜버들과 요즘 트렌드에 대해 정보를 나눌 수도 있죠."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르셰이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바로 일을 시작했다. 유튜브는 취미 겸 부업이다. 본업은 세계 각국 고객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대신 관리해주는 프리랜서 컨설턴트. 주거는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생계는 스스로 책임진다.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 '안녕하세요 THE K-WAY' 인기는 제법 쏠쏠하다. 방탄소년단, 몬스타엑스 등 K팝 스타의 신곡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 수는 2만7천명에 육박한다. 덕분에 르셰이도 유튜브 스튜디오를 공짜로 쓰고, 구글에서 광고비도 받는다.
"2015년에 친구가 엑소(EXO)를 소개해줬어요. 한국문화와 언어가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한국말을 재미있게 배울 방법을 찾다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K팝 스타들을 직접 연구해보기로 결심했죠."
일주일에 하나씩 영상을 올릴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주제'를 고르는 것. 기준은 구독자 댓글이다. 그때그때 대중이 궁금해하는 아이템을 찾고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먼저 수많은 K팝 클립들을 쭉 본다. 예능도 보고, 아이돌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훑어본다. 너무 많은 콘텐츠를 보다 보니 가끔은 취미가 아니라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르셰이는 이날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파이널컷 프로'를 뚝딱뚝딱 사용해 1시간 촬영분을 금세 10분짜리로 줄였다. 자막을 달고 효과음을 넣을 땐 좀 더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그는 "학교에서 미디어 관련 수업을 많이 들어서 이런 작업이 어렵지 않다"며 생긋 웃었다.
유튜브를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감히 말하자면 제 채널이 여러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많은 구독자가 '오늘 힘든 하루였는데 네 영상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요. 그럴 때 제일 뿌듯하죠."
유튜브 덕분에 영국에서 K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도 실감한다고 했다. 한때 일부 아시안만의 문화로 간주됐지만 이젠 피부색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K팝을 즐긴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뿐만 아니라 박재범, 딘 등 힙합 R&B 뮤지션들도 이제 유명해요. 리액션 영상이 하도 널리 퍼졌기 때문 아닐까요?(웃음) 지난주 런던에서 K팝 커버댄스 행사가 있었는데 구경 온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19세 유튜버 르셰이는 앞으로도 K팝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제 인생에서 K팝이 왜 이렇게 커졌는지 생각해봤어요. K팝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성장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게 기쁘고, 다른 사람들과도 이런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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