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 잠드소서"…동학농민군 지도자, 125년만에 전주서 영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일본에서 송환된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125년 만에 전북 전주에 안치됐다.
전주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1일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서 유골 안장식을 엄수했다.
안장식은 진혼의식과 진혼사, 추모사, 헌화 및 분향, 유골 안치 순으로 진행됐다.
이종민 동학농민혁명기념회 이사장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영면하지 못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혁명의 격전지였던 전주에 안치하게 됐다"며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진혼사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은 부패한 정부와 탐욕스러운 외세를 심판하려는 민중의 거센 열망"이라며 "125년 동안 침략자의 땅에 머문 지도자의 희생을 기리고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북해도대학에서 발견된 유골을 국내로 봉환한 한승헌 전 동학농민혁명군지도자유해봉환위원회 상임대표는 "지난날을 반성하지 않은 채 아직도 온갖 망언을 되풀이하는 침략의 전과자에게 이제라도 역사의 교훈을 깨닫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상임대표는 이어 "우리 국민과 정부 또한 부패가 없고 외세가 넘볼 수 없는 자랑스러운 민주국가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을 끝낸 참석자들은 녹두관 앞에 마련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영정에 헌화하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이날 녹두관에 안치된 유골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에게 처형된 무명의 농민군 지도자 머리뼈로, 1906년 한 일본인이 인종학 연구를 위해 고국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의 행방은 묘연하다가 1995년 일본 북해도대학의 표본창구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유골의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유골 상자에는 '메이지 39년(1906년) 진도에서 효수한 동학당 지도자의 해골, 시찰 중 수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북해도대학과의 합의를 거쳐 이듬해 유골을 국내로 봉환했지만, 안장할 곳이 없어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했다.
유골은 긴 기다림 끝에 올해 동학농민군의 기억 공간인 '녹두관'이 문을 열면서 사망한 지 125년 만에 전주에 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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