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2차 코리안 인베이전 시작됐다…런던은 축제 분위기
웸블리 입성 D-1…유럽 전역에서 팬 몰려들어
한국 노래방 문전성시…한국 문화에 관심↑
(런던=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지화자 좋다∼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
30일(현지시간) 오후 9시 영국 런던의 한국식 노래방 식당. 유럽의 앳된 소녀 40여명 입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화자"와 "덩기덕 쿵더러러"라는 한국어 추임새가 흘러나왔다.
치킨과 라면을 부지런히 나르던 직원들은 소녀들이 한국어 자막을 읽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이라며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씩 외치는 한국식 응원법을 하도 들어 외울 정도라고 했다.
이들은 '21세기 비틀스'라 불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런던 웸블리 입성을 기다리는 팬클럽 '아미'(ARMY)들. 1분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듯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아이돌'을 떼창하는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런던 토박이라는 애니(21)는 "BTS를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봐서 웬만한 한국어는 듣고 읽을 줄 안다. 언젠가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 다음 달 서울행 비행기 표도 끊어놨다"며 활짝 웃었다.
K팝 센세이션을 일으킨 방탄소년단이 6월 1일 세계 스포츠와 라이브 음악 공연의 심장 웸블리에 입성한다.
31일 웸블리 측은 공연장 진입로에 대형 현수막을 걸어 환영 채비를 마쳤다. 인근 도로가 공사 중이어서 팬들이 따로 기다릴 공간은 없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들썩들썩했다.
비틀스의 미국 진출은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영국의 미국 침공)으로 불릴 만큼 성공적이었다. 비틀스에 비견되는 방탄소년단의 영국, 유럽 진출 역시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 부를 만큼 성공적이다.
방탄소년단의 영국 공연은 지난해 오투(02) 아레나 이후 두 번째로, 1년 사이 규모는 2만석에서 12만석으로 6배나 커졌다. 웸블리는 한 번에 9만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시야제한석과 안전상 문제가 있는 구역을 제외하고 이틀간 6만석씩, 총 12만석을 개방했다.
주영국대사관 민성호 문화홍보관은 "영국은 대중문화에 있어서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하는 나라"라며 "팝의 심장과 같은 웸블리에서 공연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영국사람만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유럽 전역의 관심을 흡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트 성적도 기대 이상이다.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세 번째 1위는 물론이고, 한국 가수 최초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 1위에 오르며 양대 팝 차트를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나아가 방탄소년단은 30일 영국 ITV에서 생방송된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최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공연해 현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영국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한국 가수가 축하 무대를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아미들은 이런 변화를 온몸으로 환영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8일 런던 무어게이트 역 인근에 마련한 기념품 가게는 하루 평균 2천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팬들은 팝업스토어 안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며 '떼창'을 하고 춤추며 한국 음악문화를 온몸으로 즐겼다.
소속사가 관여하지 않은 자발적인 활동도 활발하다.
본업이 이벤트 플래너인 애슐리(29)는 콘서트를 하루 앞둔 31일 '버스 투어'를 준비했다.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방탄소년단 팬 134명을 태우고 런던 곳곳의 한국과 관련된 곳을 누빌 예정이다.
한국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고 한국 화장품 매장을 방문한다. 공연 당일에는 카페를 통째를 빌려 아미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카페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온라인으로 받은 문의만 1천50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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