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신발에 상상력을 그려 넣는 '95도씨'
충북대생 작년 6월 창업…기성 신발 새 디자인으로 재가공
SNS로 쌍방향 소통하며 주문·판매…올해 10억원 매출 목표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대학교 산학연공동기술연구원 지하의 한 사무실에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신발들이 전시돼 있다.
인기 그룹 '잔나비'의 앨범 재킷, 일본 에도시대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대표 작품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영화 '쥬라기공원'에 등장하는 공룡, 화려한 꽃 등이 그려진 신발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작년 6월 문찬영(24·충북대 패션디자인 정보학과 3학년) 씨가 창업한 신발 커스텀 업체인 '95도씨'다.
커스텀은 기존 업체에서 생산한 의류나 신발 등을 디자이너가 재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95도씨는 나이키 등 기성 신발에 새로 디자인한 그림 등을 그려 판매한다.
다소 이색적 회사명에 담긴 의미는 의외로 단순하다.
문씨는 "95는 1995년생이라는 뜻이고, 소비자의 감수성 온도에 맞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았다"며 "주위에서 기억하기 좋다고 말해 회사명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95도씨의 창업은 색다른 패션에 관심이 많던 문씨가 2017년 말 재미 삼아 신발에 그림을 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문씨는 "내가 만든 신발을 보고, 자신의 신발에도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며 "6개월가량 집에서 신발을 제작해 판매하다 대학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같은 학과 동기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발 커스텀 사업은 아직 전문업체가 없는 블루오션"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스토어팜 등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판매한다.
SNS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는 쌍방향 소통으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95도씨는 현재 70여개의 디자인을 개발했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도 주문받는다.
이렇게 한 달 평균 90∼100켤레를 판매해 지난해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같은 학과 후배 3명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사업 규모를 늘려 연간 매출액 목표를 10억원으로 잡았다.
그동안 수익의 대부분을 기술개발 등에 재투자했다.
작업은 물감, 자수, 열전사, 수전사 등을 이용한다.
열전사는 디자인한 스티커에 열을 가해 신발에 새겨넣는 것으로 의류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전사는 특수처리된 물에 다양한 색의 필름을 풀어 물품에 색을 입히는 차량 도색업계의 기술이다. 문씨는 전국의 차량 도색업체를 찾아다니며 이 기술을 배웠다.
문씨는 "신발이 상상력을 표현하는 도화지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한다"며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신발 커스텀을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며 "길을 가면서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고 미술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디자인 개발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지만, 95도씨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좋은 스타트업의 모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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