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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식량난에 돼지열병까지 '설상가상'…민생고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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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식량난에 돼지열병까지 '설상가상'…민생고에 타격
돼지열병으로 주민 먹거리에 직격탄…가뭄으로 곡물 생산도 줄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에서 가뭄 등 연이은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심각한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하면서 민생고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30일 북한이 ASF 발병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ASF는 지난 23일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맨 처음 신고돼 25일 확진됐으며, 이에 따라 농장 내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를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했다.
북한은 31일 현재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사로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선양에서 지난해 처음 발생한 데 이어 아시아 지역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현황과 ASF의 위험성 및 경제적 손실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라 이미 내부적으로는 발병 사실을 신속히 전파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열악한 위생환경에 익숙한 주민들의 안이한 대응을 경계하며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북한이 사육 중인 돼지는 200만 마리 정도로, 2004년 최고치인 319만 마리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줄어들었다. 토끼나 닭 등 비교적 키우기 쉬운 쪽으로 고기 생산을 장려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돼지는 북한 주민들이 그나마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중요한 먹거리다. 소는 먹거리용 가축이 아니라 농사를 짓기 위한 핵심 '농기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국가적인 돼지사육과 고기 생산이 어려워 군부대는 물론 공장·기업소와 농장들, 특히 개별적 주민들이 집에서 돼지를 자체적으로 기르는 정책을 장려해왔다.
명절 등 공휴일에 돼지고기는 집단생활을 하거나 기숙사 그리고 일반 가정의 '풍성한 식탁'의 1순위인 데다 주민들은 집에서 기른 돼지를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한다.


이 때문에 이번 ASF 발병이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주민들의 먹거리와 생활에 치명타를 줄 게 뻔하다.
북한 매체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발병한 ASF 소식을 전하며 주의를 당부해온 만큼 대응책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만, 열악한 축산위생 환경으로 미뤄볼 때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가뭄과 홍수 등 연이은 자연재해로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ASF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2월 유엔에 공문을 보내 식량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며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FP는 지난 3일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이라며 외부로부터 136만t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식량 배급량이 2018년 1인당 하루 380g에서 2019년 300g으로 줄었고, 배급량이 다른 계절보다 낮은 7∼9월에는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천10만명이 식량부족 상태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북한이 올해 농사에 총력전을 펴고 있음에도 가뭄 등으로 여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 기상수문국의 방순녀 처장은 지난 17일 "올해 1월부터 5월 15일까지 전국적인 평균 강수량은 56.3㎜로 평년의 39.6%였다"며 102년 만에 제일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가뭄에다 전기와 연료가 부족해 농지에 제대로 물을 대지 못하는가 하면 대북 제재로 비료와 농약, 필요한 장비 구매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남쪽의 식량지원에 '근본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자존심을 세우고 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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