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연합군 기만 작전으로 상륙지점 파악 못 해
노르망디 상륙 75주년, 나치 기밀 전문 공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6월 6일)은 히틀러의 나치군 수뇌부가 연합군의 기만 작전에 넘어가 상륙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주요 성공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치 최고 지휘부가 상륙작전을 수주 앞둔 시점에서도 연합군의 상륙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에 쌓여 있던 정황을 뒷받침하는 기밀 전문들이 최근 다수 공개됐다.
'디- 데이'(D-Day)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단행된 지 75년 만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30일 국립컴퓨터박물관(NMC) 연구원들이 최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앞선 2년간 나치 지도자 히틀러와 장군들 간에 주고받은 기밀 전문들을 발견했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둔 독일군의 혼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NMC는 버킹험셔에 위치한 영국의 암호해독센터인 블레츨리 파크 산하 기관으로 2차 대전 당시 매월 2천여건의 독일군 무선메시지가 블레츨리 파크로 보내졌으나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이 가운데 200여건만 해독, 처리됐다.
블레츨리 파크에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4개월 앞둔 1944년 2월부터 콜로서스라는 암호해독 장비를 이용해 히틀러가 일선 장군들에게 보내는 이른바 '로렌츠 코드'(Lorenz code)를 해독했으며 로렌츠 코드는 영국이 2차대전 초기 해독에 성공한 에니그마 코드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암호체계였다.
에니그마 코드는 2차 대전 초기 위력을 발휘한 독일 잠수함(유보트)들이 사용한 암호체계로 알려져 있다.
우체국 엔지니어 토미 플라워스가 개발한 콜로서스 해독기 덕분에 2차 대전을 사실상 2년 단축해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NMC의 스티븐 플레밍은 더타임스에 "이들 정보기록은 그동안 국립문서보관소 공공기록물로 보관됐으나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아 이번에야 빛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1944년 4~5월 중 독일 최고사령부와 일선 장군들 간 전문에 따르면 독일군이 당시 연합군이 편 '포티튜드(불굴의 용기) 작전'이라는 기만 작전에 말려들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군은 당시 이중첩자와 가짜 탱크 및 전투기 등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연합군이 노르망디가 아닌 파-드 칼레 지역에 상륙하려는 것으로 보이게끔 기만 작전을 펴고 있었다.
독일군 최고사령부는 1944년 5월 일선 장군들에 보낸 전문에서 북프랑스나 벨기에 지역을 지적하며 "적들이 이들 지역에 상륙할지 아직 불분명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상륙작전 수 주 전인 상황에서 아직 상륙지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은 또 "적들이 이미 우리의 공급과 병력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언급해 연합군의 공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당시 콜로서스 해독기를 운영했던 요원들은 자신들의 결과물을 보지 못하고 또 이후 수십년간 비밀규정에 묶여 자신들의 업무에 대해 말할 수 없었으나 29일 처음으로 자신들이 해독한 기밀 전문을 접하고 감격해 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아직 생존한 해독 요원들은 모두 90대 중반의 노인들이다.
발견된 나치 전문에 따르면 또 나치 지휘부는 잠수함을 이용해 미국에 첩보원을 침투시킬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베를린의 독일군 정보사령부가 1944년 3월 이러한 계획이 담긴 전문을 파리의 지휘관에게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은 잠수함을 이용해 미국에 침투하려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춘 요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침투계획이 실행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