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와 불화설 보도에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
가십성 칼럼 치부…북한이 미국 비판할 때 자주 쓰던 표현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는 보도를 '가십'이라고 치부하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아랍 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 모든 가십 칼럼 보도에 대한 나의 견해는 중앙아시아의 속담으로 요약된다"며 '개가 짖어도 행렬은 계속 간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지금 나는 정부 관료이고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며 "나는 국가안보 보좌관이지, 국가안보 결정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말로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북한과 이란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화적 태도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일례로 볼턴 보좌관은 지난 25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다르게 본다며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이란 문제 역시 볼턴 보좌관이 적대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강경한 정책을 몰아붙이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대화 필요성을 거론해 왔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이 자신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면서 볼턴 보좌관이 결정했다면 현재 4개의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트윗을 올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무엇이든 간에 내분은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볼턴 보좌관이 인용한 속담은 북한이 미국을 비판할 때 자주 차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일례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 발언 등을 내놓자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북한은 과거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이 표현을 종종 사용했다.
1993년 뉴욕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문제로 첫 북·미 협상이 열렸을 때, 강석주 당시 북 외무성 부상은 미국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앞에서 직접 영어로 이 구절을 읊었다. 미국이 아무리 말려도 NPT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2007년 6자회담장에서도 북한 대표로 나왔던 김계관 당시 부상이 이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라는 말 자체는 마거릿 미첼의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구절이지만, 중동 등지에서도 오래 전부터 비슷한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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