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뮬러…'보고서, 그 자체로 말한다'는 말 남기고 퇴장
2년간 특검수사 여정, 10분 '퇴임의 변' 마침표…질의응답 없이 '절제모드'
의회에 공 넘기며 새로운 불씨…탄핵론 재점화 등 2라운드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로버트 뮬러 특검이 29일(현지시간) 오랜 침묵을 깨고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종결의 변'을 남겼다. 그리고 2년간 씨름했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 채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수사결과 보고서가 그 자체로 "스스로 말한다"는 말을 남기고서다.
그가 2017년 5월 로드 로즌스타인 당시 법무부 부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2년 만이다. 그는 지난 2년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정가를 들었다 놨다 한 '뉴스 메이커'였지만,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장막 뒤'에서 머물렀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한 첫 등장이 동시에 퇴장 무대가 된 셈이다.
뮬러 특검은 이날 오전 11시 법무부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해 직접 '육성 발언'을 통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백악관이나 의회 관계자들도 뮬러 특검이 공개 발언을 할 것이라는 소식만 전해 들었을 뿐 무슨 말을 할지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뮬러 특검은 직접 읽어내려간 성명을 통해 "나는 수사 기간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우리의 수사가 종결되고 법무장관이 우리 수사에 대한 공개적 보고를 했기에 오늘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식적으로 특검 사무실을 닫으며, 나는 법무부에서 퇴임해 개인적 삶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메가톤급 파장'을 의식한 듯 뮬러 특검은 기자회견 내내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그는 "우리가 해온 일의 결과에 대해 몇 마디 할 것이지만, 이 이상에 대해서는 보고서가 그 자체로 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는 (보고서의) 단어들을 신중하게 선택했고, 보고서는 그 자체로 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 발언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동안 하원 법사위원회 등 민주당은 뮬러 특검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 뮬러 특검팀 측과 물밑 조율을 벌여왔지만, 뮬러 특검은 "이번이 내가 이런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말하는 유일한 시간이 되길 희망하고 기대한다"며 의회 증언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증언을 할 수 있다거나 해야 한다거나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말해야 한다거나 이야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해 '외부 입김'이 아닌 자신의 결단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뮬러 특검은 10분간의 성명 낭독 후 별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브리핑룸을 떠났다. '작별'을 고하는 뜻으로 잠시 한 손을 들어 보였을 뿐이었다. 지난 2년간의 소용돌이 같은 '여정'이 '짧은 성명'으로 그야말로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었다.
뮬러 특검이 의회 증언 등 앞으로도 보고서 내용 이상으로 공개적으로 입을 열지 않겠다고 한데는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 후폭풍을 낳으며 자칫 대선국면이 요동치는 상황 등을 경계한 차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CNN방송은 뮬러 특검이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입을 열게 될 경우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뮬러 특검의 절제된 짧은 기자회견은 그 '행간'과 '여백'을 통해 오히려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미언론들은 평가했다.
CNN은 "뮬러 특검이 하려던 말은 그가 하지 않은 말이 무엇인지를 보면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며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의 무고한 희생양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사법 방해가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그는 많은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뮬러 특검의 이날 '퇴임의 변'이 새로운 불씨를 남기며 '종결'이 아닌 '2라운드'의 시작을 알렸다는 전망이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당장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성명에 담긴 '이면의 메시지'를 고리로 탄핵론을 재점화하려는 모양새이다.
그는 특히 "만약 대통령이 분명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확신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면서 미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고발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 체계 이외의 다른 절차를 필요로 한다며 의회로 그 '공'을 넘겼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뮬러 특검이 의회는 현직 대통령을 고발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뮬러 특검의 기자회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특검 보고서에서 바뀐 것은 없다. 사건은 종결됐다!"고 반겼지만,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는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뮬러 특검의 성명은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이는 민주당으로 하여금 탄핵 추진에 있어 더 대담하고 공격적으로 나오게 하는 빌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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