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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검·경 합작품으로 드러난 '김학의 봐주기' 철저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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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검·경 합작품으로 드러난 '김학의 봐주기' 철저 규명해야

(서울=연합뉴스) 6년 전 '김학의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검찰 고위간부들 간 유착 의혹을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결론지었다. 윤 씨와 유착 및 수뢰 의혹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박 모 전 차장검사 등이다. 이들 3명이 윤 씨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해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한 만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3명을 '윤중천 리스트'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고 한다. 그간 밝혀진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유착 의심은 예상한 결과이지만 전직 검찰 총수까지 등장해 충격적이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한상대 전 총장 경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윤 씨가 낸 진정서의 요구대로 수사 주체가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전 총장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윤 씨의 진술도 있다. 윤 전 고검장은 관련 사건의 결재 라인에 있었고 박 전 차장검사는 윤 씨와 관련된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 등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만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만큼 의심을 피할 길이 없다. 당시 윤 씨에 대한 수사도 소극적이고 부실했는데 이는 검찰이 제 식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윤 씨를 봐준 것으로 의심된다. 한 점 의혹 없는 수사야말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과오에서 벗어나 거듭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찰이 뇌물혐의를 빼고 성범죄 혐의로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이 수사 초기에는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 측면에서 접근했지만 석연치 않은 경위로 성범죄로만 입건·송치했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부실수사의 원인으로 당시 정권의 '핵심관계자'를 의심했는데 이 부분에 관한 수사도 필요해졌다.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된 의혹은 더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등장하는 동영상 말고도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과거사위에 의해 제기됐다. 추가 동영상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있다면 피해자가 누구이고 모두 몇 명인지도 규명돼야 한다. 이는 윤씨가 동영상을 무기로 상습공갈 행위를 벌였다는 의혹과도 관련된다. 조사위는 또 과거 수사 당시 피해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조사에만 치중했다며 진술 일관성을 유지하는 이모 씨의 성폭력 피해 여부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과거 수사 때 김 전 차관은 한 차례 비공개 소환해 조사하는 데 그친 반면 피해 여성들의 진술은 믿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점도 윤 씨와 검찰 간부들 간 유착과 관련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된 김 전 차관과 윤 씨는 성범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최모 씨로부터 특수강간치상 혐의로 최근 고소당했다. 윤 씨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피해 여성과는 다른 인물이다. 두 사람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검찰은 김 전 차관의 구속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4일 이전에 두 사람을 일괄 기소키로 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와 성범죄 의혹, 윤 씨와 검찰 간부들 간 유착 의혹, 박근혜 정부 때의 수사외압 의혹 등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속 시원히 밝혀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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