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영세상인에 하루 8만원' 6월부터 서울형 유급병가 시행
입원·건강검진 시 연 최대 11일 생활임금 지원…전국 최초
14만3천명 대상 올해 예산 62억…박원순 "의료빈곤층 방지"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다음 달부터 서울 일용직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입원 치료나 건강검진을 받으면 하루 약 8만원을 시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서울시는 6월 1일부터 이런 내용의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형 유급병가는 근로기준법상 유급병가를 받을 수 없는 근로취약계층에게 연간 최대 11일 동안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박원순 시장이 작년 4월 발표한 '건강서울 조성 종합계획'의 핵심 과제로, 지방자치단체가 근로취약계층에 유급병가를 지원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지원 대상은 일용근로자, 특수고용직종사자, 영세자영업자 등 서울에 거주하는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근로취약계층이다.
이들이 입원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건강검진을 받을 경우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 기준으로 하루 8만1천180원을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은 하루, 입원은 최대 10일이 한도다.
단, 근로자는 한 달에 10일 이상 근로를 입원(검진) 발생일 전월을 포함해 3개월 연속해야 하고, 사업자는 3개월간 사업장을 유지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서울형 기초보장·긴급복지(국가형, 서울형)·산재보험·실업급여·자동차 보험 등의 중복 수혜자는 제외된다. 미용, 성형, 출산, 요양 등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입원도 해당하지 않는다.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판정 기준은 소득과 재산이다. 소득은 전체 가구원 소득의 합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여야 하고, 재산 역시 2억5천만원 이하여야 한다.
유급병가 신청은 퇴원(검진)일로부터 1년 안에 주소지 동주민센터와 보건소로 하면 된다.
서울시는 근로취약계층이 의료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급병가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2016년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74.3%가 유급휴가를 받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32.1%에 그쳤다. 또한 유급휴가가 없는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는 병에 걸리더라도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진료를 포기, 결국 질병 악화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의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서울시가 올해 배정한 유급병가 예산은 62억원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 따라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애초 올해 유급병가 예산은 21억원이었지만 대상자가 늘면서 추경 예산 41억원이 추가됐다. 감사원이 대상자를 과소 추계할 우려가 있다며 기준을 건강보험료 납부액에서 소득·재산으로 바꾸라고 권고, 대상자가 9만7천명에서 14만3천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시는 유사한 사회보장제도의 초기 집행률을 근거로 이 중 30%가량이 평균 3∼4일의 유급병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예상치라는 점에서 지급액이 더 늘 수도 있다.
서울시는 우선 6월 3일 전국고물상연합회,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전국퀵서비스노조, 건설근로자공제회 등 15개 일용직·자영업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형 유급병가로 의료빈곤층을 방지하고 촘촘한 서울케어를 실현하겠다"며 "문제점을 면밀하게 파악해 사각지대를 없애고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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