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윤중천, 사실상 조사 거부…시간끌다 무죄 주장할 듯
"건강 안 좋아…새 변호인 접견 아직 못해" 소환·진술에 비협조 일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뇌물수수와 성폭행 등 혐의로 각각 구속된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58)씨가 검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애초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번 의혹의 핵심인 김 전 차관의 성폭행 정황에 대한 진술을 집중적으로 듣고 이 혐의를 공소장에 집어넣을지 판단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수사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28일 오전 11시 윤씨를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윤씨가 "변호인 접견을 아직 못했다"며 진술을 거부해 30분 만에 구치소로 돌려보냈다.
지난 22일 사기와 무고·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된 윤씨는 두 차례 출석 요구에 같은 이유로 불응했다. 검찰은 이날 윤씨를 구속한 지 닷새 만에 서울동부지검 조사실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지만 신문조서를 작성하지는 못했다.
김 전 차관 조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6일 1억6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차관은 이튿날 첫 소환 때부터 "새로 선임한 변호인과 접견하고 조사를 받겠다"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등 이유를 들어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당초 계획 또는 기대에서 한참 벗어난 진술 태도다. 윤씨는 지난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일곱 차례 소환 조사를 비교적 성실히 받았다. 성범죄를 제외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내놨다. 그러나 구속된 이후에는 아예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첫 수사 때부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지난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는 부인했지만 "윤중천을 모르지는 않는다"며 진전된 진술을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차관이 구속되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구속기간 만료를 일주일 앞둔 이날까지만 보면 진술 태도는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등이 검찰에서 입을 다물고 시간을 끌다가 기소된 이후 무죄를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두 사람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두고 "별건 수사"라거나 "(강간치상죄 적용이) 공소시효 문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단이 만들어질 때부터 구속을 각오했을 두 사람이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해서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를 진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사팀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에 대규모 수사단이 출범했지만, 정작 의혹의 핵심인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는 구속영장에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구속하면서 윤씨로부터 받은 성접대를 일단 성폭행 아닌 뇌물로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윤씨의 세 차례 강간치상 혐의에도 김 전 차관과 함께 한 성관계를 한 차례 집어넣어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 혐의를 추가 적용할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일단 윤씨를 구속하면서 그의 강간치상 혐의가 소명된다는 법원 1차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성폭행 피해 여성은 김 전 차관에게 직접 폭행 또는 협박을 당했거나, 김 전 차관이 그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강간치상 사건의 공범으로 묶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수사단은 먼저 구속된 김 전 차관이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다음달 4일 이전 두 사람을 함께 기소하면서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도 판단할 계획이다. 이들이 진술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피해 여성의 정신과 진료기록 등 객관적 물증이 판단에 주요 근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다른 여성이 전날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성범죄 혐의 수사는 다음달 초까지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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