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분청사기와 김환기 점화에서 유사한 미감을 찾다
이화여대박물관, 30일부터 특별전 '분청사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여말선초(麗末鮮初)에 유행한 도자기인 분청사기(粉靑沙器)는 여러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고려청자처럼 무늬를 새긴 뒤 다른 색 흙으로 메우는 상감을 비롯해 도장을 그릇 표면에 찍고 백토로 채우는 인화, 붓으로 흙을 바르는 귀얄, 백토물에 그릇을 담그는 덤벙 등 문양을 내는 방식이 다양했다.
이 가운데 인화 기법으로 만든 15세기 분청사기 그릇을 보면 작고 동그란 점이 규칙적으로 배열됐다.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김환기(1913∼1974)의 전면 점화와 미감이 유사하다.
이화여대박물관이 개교 133주년을 맞아 30일 개막하는 특별전 '분청사기'에는 분청사기와 김환기 추상화가 모두 나온다. 약 5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제작한 인화 분청사기와 점화를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도 선보인다.
박물관은 분청사기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조명한 전시가 이전에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특별전을 개념부터 제작 제도, 기법, 조형미, 근대기 전승 현황까지 분청사기와 관련된 모든 것을 소개하는 자리로 꾸몄다.
박물관 관계자는 "분청사기는 고려의 전통적인 조형과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했고, 백자가 조선왕실 중심이 되는 16세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며 "기법상으로는 매우 고려적인 특징과 중국·동남아시아에서도 유행한 보편적 양상이 모두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전시에는 분청사기 상감 유로문(柳蘆文) 매병, 분청사기 선덕(宣德)10년명 지석, 분청사기 인화문 '경승부'(敬承府)명 접시, 분청사기 철화 모란문 병, 분청사기 선각박지(線刻剝地) 모란당초문(牡丹唐草文) 편병(扁甁·앞뒷면이 평평한 도자기) 등 박물관 소장품과 대여 유물 100여 점이 나온다.
20세기 초에 이왕직미술품제작소가 생산한 그릇과 한락요가 제작한 정병 세트, 황인춘(1894∼1950)이 만든 분청사기 잔·병도 공개한다.
아울러 박물관이 1980년대에 조사한 전북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 감불마을 인근 가마터 자료도 35년 만에 선보인다. 유물을 다시 정리하고 수리와 복원을 거친 편병과 항아리, 그릇 등을 전시한다.
박물관 측은 "우동리 가마 생산품 특색은 선상감 기법의 어문(魚文)과 연화문(蓮花文), 면상감을 적용한 모란문"이라며 "우동리 가마는 15세기 전반에 걸쳐 운영했다고 추정되며, 생산품은 분청사기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19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에서 일부를 지원받아 마련했다. 종료일은 12월 31일.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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