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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챔피언? 연쇄절취범?"…WSJ, 화웨이 '복제·절취' 의혹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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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챔피언? 연쇄절취범?"…WSJ, 화웨이 '복제·절취' 의혹조명
"기술 훔치는데 모든 자원 사용"…시스코 "버그까지 불법복제"
화웨이 도청방지실 운영…화웨이 "법규준수, 지식재산권 존중" 반박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중국의 테크 챔피언(tech champion)이냐, 아니면 연쇄 절취범(serial thief)이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로 핫이슈로 부각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성장배경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화웨이가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했지만, 경쟁업체들로부터의 기술 복제는 물론 도용(절취)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는 것이 요지다.
화웨이 측은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법규를 준수해왔으며, 우리 자신은 물론 파트너와 경쟁업체들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한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화웨이는 기술 도용과 관련해 지속적인 소송에 휘말려왔으며 이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미국의 다국적기업 시스코는 지난 2003년 화웨이가 소프트웨어와 관련 매뉴얼을 그대로 불법 복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스코는 화웨이가 너무 정밀하게 복제를 한 나머지 버그(결함)까지 복제하는 바람에 이후 자신들이 만든 라우터(네트워크 중계장치)에서 이 버그를 해결할 때까지 제품 출하를 늦춰야 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시스코 매뉴얼의 오타까지 그대로 베낀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코는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로 찾아가 따졌지만,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발뺌했다.
화웨이는 그러나 2004년 7월 시스코 라우터 소프트웨어의 일부를 복제한 사실을 인정하고 시스코와의 소송전 갈등을 풀었다.
모토로라는 2010년 화웨이가 디바이스와 무선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비 'SC300' 기술을 절취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앞서 약 7년 전에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친척으로 모토로라에 근무하던 판샤오웨이가 2명의 동료와 함께 베이징을 방문, 런 회장에게 모토로라의 'SC300'의 사양에 대해 비밀 브리핑을 했다. 화웨이는 이후 'SC300'과 비슷하지만 규모는 작은 제품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판매에 나섰다.
미국 수사당국은 판샤오웨이와 공모한 혐의로 또 다른 인물인 진한위안을 2007년 시카고 공항에서 체포했으며, 그가 소지하고 있던 모토로라 관련 기밀을 확보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당시 런 회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토로라는 그러나 이후 중국이 자신들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나서자 소송을 취하했다.
2004년에는 시카고에서 열린 슈퍼컴 테크 콘퍼런스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네트워크 장비를 열어 회로기판을 촬영하는 사건이 적발됐고, 당사자는 자신이 화웨이 직원이라고 실토했다고 WSJ은 전했다.
화웨이는 스페인 사무실의 지하 보안시설에 해외 업체들의 제품을 보관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으로 들여와 분해했다고 화웨이 전직 직원인 얀 엑스트롬이 말했다.



네트워크 안테나 업체인 퀸텔 데크놀로지는 화웨이가 자신들의 기술을 절취했다며 2015년께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의 파트너십 제안으로 2009년 관련 기술을 공유한 적이 있는데 화웨이가 이를 이용해 기술을 절취했다는 주장이었다. 퀸텔 측은 지난해 화웨이와 합의했다.
T모바일은 지난 2014년 화웨이와 미국에 기반을 둔 '화웨이 디바이스 USA'를 고소했다.
사람의 손가락을 흉내 내고 스마트폰을 테스트하는 '태피'(Tappy)라는 로봇 공장을 찾은 화웨이 엔지니어들이 로봇 기술을 훔쳤다는 것이다. T모바일은 소송을 통해 480만 달러를 받아냈다. 미연방 검찰은 민사 합의와 별도로 이 사건과 관련해 화웨이를 기소했다.
스타트업 CNEX 랩스는 화웨이 엔지니어가 고객으로 가장해 컴퓨터 저장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기술을 훔쳤다며 지난해 10월 화웨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에릭 쉬(쉬즈쥔) 화웨이 부회장을 기술 절취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했다.
WSJ은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기소장과 전직 화웨이 직원들을 인용, 화웨이가 해외에 나가 있는 직원들에게 기밀 취득을 지속해서 압박해왔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스웨덴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로버트 리드는 "그들은 기술을 훔치는 데 모든 자원을 사용한다"면서 "(장비의) 주회로기판을 훔치고, 그것을 중국으로 가져가 역설계한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저가 공세와 도청방지실 운영, 경쟁업체 인력의 공격적인 영입 등도 지적됐다.
화웨이는 경쟁업체들보다 20~30%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텍사스 등 미국 내 사무실에 전자도청을 차단하는 도청방지 실을 따로 설치하고, 미국인 직원들의 접근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을 담당하는 한 미국 관리는 "화웨이가 마치 국가 정보기관처럼 정보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화웨이 스웨덴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직원은 소니 에릭슨이 감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당시 회사 측이 돈다발을 건네주며 인력 확보를 지시, 적극적인 경쟁업체 직원 채용에도 나섰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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