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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에 가면 책 1천600권이 있다…복합 여가공간 서울생각마루
명물 '자벌레' 리모델링…독서·한강 관람 공간, 공유오피스 등 갖춰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최근 서울시의 '한강 텐트 규제령'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진 상황이 말해주듯이 한강은 서울시의 대표적인 여가 장소다.
시민들은 한강 공원에 텐트나 돗자리를 깔고,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걷기나 조깅 또는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26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뚝섬한강공원의 '서울생각마루'는 한강을 조금 더 차분하고 사색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서울생각마루는 2009년부터 뚝섬의 랜드마크 노릇을 한 '자벌레' 건물에 8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지난 10일 개장한 곳으로 외관은 예전 그대로다.


지난 24일 방문한 이곳에서 찾은 가장 큰 변화는 1층에 들어서면서부터 볼 수 있는 수많은 책이었다. 서울생각마루에는 시민과 전문가 추천을 받은 책 1천600여권이 있다.
그렇다고 도서관은 아니다.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사람들, 뛰어노는 아이들, 아이디어를 짜내는 학생들 사이에 책이 있을 뿐이다. 책은 외부 대여도 안 된다.
책이 많은 탓에 이곳을 도서관으로 오해해 간혹 '주변이 너무 시끄럽다'는 불평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단다.
공간 매니저인 이인승 주무관은 "심각한 컨셉이 아니다. 책도 한강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쉬운 책들 위주"라며 "1층은 일부러 음악을 틀어놨고 2층은 그래도 조금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하게 꾸몄더니 자연스럽게 2층에는 조용한 분들만 모이더라"고 말했다.



뚝섬 자벌레는 처음에 식당과 선물 가게 등으로 출발했다. 비수기인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식당 등이 나가자 작은 도서관, 생태체험관 등으로 꾸몄다. 일정한 주제보다는 단발성 이벤트로 공간을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독특한 외관 덕에 드라마 '아이리스 2',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스 오브 울트론' 등에 출연하며 유명해졌지만, 막상 상시로 사람들을 끌 만한 유인 요소는 많지 않았던 셈이다.
리모델링 후 읽기 쉬운 책, 여유로운 공간, 쾌적한 실내가 더해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주무관은 "방문 인원은 리모델링 전 평일 300∼500명, 주말 1천명 선이었다가 지금은 평일 1천명, 주말 3천∼4천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의 간이 화장실보다 훨씬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보니 화장실 때문에 오는 사람도 많아 '화장실 명소'로도 불린다"고 귀띔했다.


서울생각마루의 또 다른 효용은 3층에 있는 오피스 시설에서 찾을 수 있다. 1, 2층은 무료, 3층은 유료 대관 공관이다.
비지정석 24석, 1인실 5개, 2인실 2개 등을 빌려주는데 1·2인실은 내달까지 예약이 다 찼다.
이곳은 최근 늘어난 '공유 오피스'와 흡사하다. 공용 프린터 등 간단한 업무시설도 갖췄다. 이 주무관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초창기에 있는 분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시원한 실내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서울생각마루는 여름이 짙어질수록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 날 이곳을 찾은 이정순(73) 씨는 "밖은 전철이 다녀 시끄럽고 더운데 여기 와 보니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며 즐거워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시설이지만, 그 때문에 고민도 있다. 개장 2주 만에 책 10여권이 사라졌고 곳곳의 콘센트에 꽂아뒀던 휴대전화 충전기는 자취를 감췄다.
이 주무관은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충전하러도 많이들 오셨는데 이제는 테이블에 고정돼 가져갈 수 없는 무선충전기만 남았다"고 아쉬워했다.
박기용 한강사업본부 총무부장은 "한강이 서울의 명소로 사랑을 받아온 이면에 공원을 소모적으로만 이용하는 행태가 많아졌다"며 "서울생각마루가 한강에서도 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휴식, 여가활동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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