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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범 사는 집 알면서도 또 가야"…여성 방문노동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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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범 사는 집 알면서도 또 가야"…여성 방문노동자 호소
신체 노출, 성희롱, 감금 등 각종 범죄 무방비…대책 호소 청와대 청원 등장
피해 반복에 불안 가중…울산 일부 가스 점검원 일주일째 파업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지난 4월 초 고객 집에서 도시가스 안전 점검을 하던 A(여)씨는 남성에게 감금돼 추행당할 뻔한 위기를 겪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혼자 충격을 견디던 A씨는 약 열흘 후에야 노조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2주간 일을 쉬어보기도 했지만, 공포감과 자괴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는 동료 언니들에게 문자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동료들의 발 빠른 대응 덕에 다행히 구조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동도시가스 동울산고객서비스센터 노조 소속 점검원 11명은 "점검원에 대한 안전 대책 없이는 근무할 수 없다"며 지난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의 파업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이 점검 업무에 투입됐는데, 이 여성 역시 지난 23일 또 봉변을 당했다.
한 원룸 초인종을 누르자, 몇분 뒤 남성이 나체 상태로 문을 연 것이다.
아연실색한 여성은 도망치듯 원룸을 빠져나왔지만, 자신을 해당 업무에 소개해준 노조원에게 피해를 털어놓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도, 바뀌는 것도 없었다.
여성 방문노동자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대책은 여전히 요원하다.
사건이 생기면 '이제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가, 결국 아무 결실 없이 슬그머니 묻히는 일이 많다.
그나마 발생 사건이나 확인된 위험도 밖으로 알려지는 일은 드물다. '괜한 시빗거리를 만들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스스로 말을 아끼거나, 혹은 회사에 도움을 청해도 회사가 문제를 덮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울산에서는 2015년 도시가스 점검원이 고객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노조는 재발 방지책으로 2인 1조 근무체계를 회사 측과 울산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인건비 증가 부담으로 회사 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점검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성희롱 대책 매뉴얼이 있는데, 그 내용은 주로 '적절히 상황을 모면하라'는 수준이다.
신체 접촉을 시도하면 '신속히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알리고 자리를 피한다'라거나, 음담패설을 하면 '당황하지 말고 못 들은 척 업무적으로 말을 돌린다'는 식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점검원을 성추행했던 고객은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점검원들은 해당 집에 대한 점검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최근 노조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점검원에 대한 성희롱 사례를 보면, 그 내용이 처참한 수준이다.
일부러 신체를 노출하는 것부터 몸매를 평가하거나 '같이 자자'는 말을 꺼내며 노골적으로 희롱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례를 고백한 점검원들은 대부분 '가까스로 빠져나와 울었다', '놀란 마음에 운전할 수가 없었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 모멸감과 수치심을 견디기 어렵다' 등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에 방문노동자의 범죄 노출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회사 측은 나름의 대책을 내놨다.
우선 개인별로 무전기를 지급, 상시 교신 상태라는 점을 주변에 알려 일부 고객의 섣부른 행동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긴급 호출장치나 전자 호루라기 등 호신용품을 지급하고, 위험이 예상되는 점검 가구는 남자직원이 점검을 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임시방편이거나 사후적 대책에 불과할 뿐이며, 2인 1조 근무가 가장 적절한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현재 목소리를 내는 가스 점검원들 외에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관리하는 대다수 여성 방문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대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 서비스센터 분회장은 "노조가 있는 울산 가스 점검원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국에서 다양한 직종의 여성 방문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가정 방문 서비스가 우리 생활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 자치단체, 기업이 그에 걸맞은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hk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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