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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 230만명…한국의 이민정책 방향은?
'세계인의 날' 기념 이민정책포럼…법무부, 한국이민학회 등 주최
"외국인 수용은 사회통합 차원서" "수익자부담 이민정책"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국내 체류 외국인이 230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 이제 거리와 지하철, 식당에서 마주치는 100명 중 4명은 외국인이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각종 갈등과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 정책과 제도, 인식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오는 20일 '세계인의 날'을 앞두고 국민이 공감하는 이민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반외국인 정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12주년 세계인의 날 기념 이민정책포럼'이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회의원과 학계 전문가, 유관부처 관계자, 언론인, 일반인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류 외국인 230만명 시대, 국민이 공감하는 이민정책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포럼은 이명수·정성호 국회의원실과 법무부, 한국이민학회, 한국이민법학회, 한국이민정책학회, IOM 이민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민 현상으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과 외국인이 조화롭게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수 외국인 유입이 미래의 국가성장 동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도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사회가 제대로 정착하고 내국인과 체류 외국인 간의 정서적 교감까지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다양한 대책이 개진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국민이 공감하는 외국인 정책, 선진적 이민정책의 방향이 잘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축하했다.


포럼은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후 전문 패널의 종합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反외국인 정서 실태와 원인' 세션에서 육주원 경북대 교수는 "대부분의 주류 미디어들은 다문화 담론에 반대하는 이들의 온-오프라인 활동을 인종주의자들이 만들어내는 다문화 사회의 장애물로 그려왔다"면서 "반다문화가 곧 인종주의라는 등식은 인종주의 문제를 반다문화주의자들에게만 한정시키고 다문화-반다문화 담론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문화-반다문화 담론의 전개과정을 설명한 뒤 "폭력적 인종주의자들은 언제나 아주 소수일 뿐이지만 이들이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는 국가와 사회에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김철효 전북대 강사는 "한국의 이민정책은 '국민'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들이 기피하는 가정에 출산력과 돌봄 노동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민정책이 국가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거나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지향과 실제로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결과는 사회적으로 '소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민정책이 '세계인이 공감하는' 정책을 지향할 것인지,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지향할 것인지, 그것이 상충하는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공감하는 외국인 정책' 세션에서 김환학 헌법재판연구원은 이민정책을 국민 전체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사회통합을 대전제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봄 제주도에서 발생한 예멘 난민 사태에서 보듯이 한국사회는 아직 난민 또는 이민을 기꺼이 수용해 공존하려는 용의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외국인의 사회적 수용은 전체 공동체와 국민의 입장에서,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외국인의 수용 규모와 체류 성격 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외국인 수용 규모와 체류자격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호창 호서대 교수는 사회통합의 일환으로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부과한 고용부담금과 외국인 취업 관련 세금·범칙금·벌금 등을 재원으로 일종의 '사회통합기금'을 조성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고용부담금을 사회통합기금으로 조성하면 '수익자부담의 원칙'도 구현되고 국민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적 이민정책 추진방향 모색' 세션에서 오정은 한성대 교수는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련 사업비를 외국인이나 외국인 수용으로 수혜를 입은 자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외국인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이민통합기금'(가칭)을 설치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 등 수혜자들에게 수수료나 고용부담금을 부과해 기금에 충당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민·난민에 대한 인권 강화 방안도 제시됐다.
조경훈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이민ㆍ난민 행정체계의 고도화'라는 발제에서 "이민 행정의 체계화와 이민·난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가칭)이민·난민심판원(특별행정심판)'을 설립하거나 현 난민위원회를 '이민·난민위원회'로 조직을 확대 또는 강화하는 방안, 현행 이의신청 제도에 난민위원회의 전문 인력을 보강해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은 정부의 이민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반영될 예정이다.
j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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