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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가 어렵다고? 춤 보러 갔다가 춤추고 올걸!"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 7' 연습실 공개
폭발적인 에너지와 관능미…관객까지 춤추게 해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존 부존 트리오의 '잇 머스트 비 트루'(It must be true)가 흐른다.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량시화이(梁世懷·33)가 날렵한 육체를 헐렁한 수트로 숨기고 등장한다. 우스꽝스러운 독무가 시작된다.
독무는 이내 군무로 바뀐다. 25명의 무용수는 의자에 앉아 격렬한 몸짓을 이어간다. 이들의 허리는 일사불란하게 버드나무처럼 꺾인다. 맨 끝줄, 단 한 명의 무용수만 움직임을 거부하는데, 그럴 때마다 바닥에 형편없이 내동댕이쳐진다. 무용수들은 히브리어로 "쉐바스하마임 우바아레츠(Shebashamaim Uva'aretz·하늘과 땅에)"를 외친다. 발레 '마이너스 7' 중 '아나파자' 대목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이 모던발레 '마이너스 7'을 선보인다. 6월 29∼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폐막작으로 올리는 공연이다.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개별 작품인 '아나파자', '마불', '자차차'의 정수만 뽑아 조합한 것으로, 국내에선 2006년 초연됐다. 동작의 외적 아름다움보다 인간 자체에서 폭발하는 에너지에 집중해 색다른 미학을 선사한다.
무용수들은 '마이너스 7'에 참여하는 게 큰 도전이라고 한다.
드미 솔리스트 이다정(34)은 "클래식 발레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몸의 선이 예뻐 보일지 연구하는 사람이다. 이와 달리 '마이너스 7'은 정해진 것 같은데, 또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어려웠다"고 말했다.
량시화이도 "늘 안무가가 '이렇게 하라'고 시키는 걸 따르는 데 익숙하다가 '아나파자' 독무 부분에선 내 안에서 나오는 대로 해야 하더라.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하지만 이 파트를 하면서 선물 받은 느낌이다. 춤은 즐거운 일이지만 직업으로서 힘든 순간도 있는데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무용수들의 설명처럼 '마이너스 7'의 아름다움은 격식과 통제에 있지 않다. 즉흥과 파격, 상상력과 관능미가 넘친다. 연출가 가이 숌로니(35)는 오하드 나하린의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무용수들이 군인처럼 움직이길 원하지 않아요. 움직임의 이유를 이해하길 바라죠. 또 자신이 어떤 의도와 지혜를 갖고 작품을 만들었는지 무용수들과 공유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나파자' 대목에선 무용수들이 속옷만 남긴 채 옷과 신발을 벗어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필요 없는 껍질을 벗어던진다고 상상했습니다. 특히 집단으로 그 행동을 하는 게 개인의 행동보다 더 강한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가이 숌로니)
'마이너스 7'에서 가장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는 대목은 '자차차'다. 중절모를 눌러 쓴 무용수들이 '섬 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Somewhere over the rainbow) 편곡에 맞춰 즉흥춤을 추다가 관객들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쭈뼛쭈뼛해 하던 관객들은 어느새 긴장을 풀고 녹아든다.
량시화이는 "어떤 관객을 초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공연이 된다. 춤을 잘 출 것 같아서 뽑았는데 도망가는 관객도 있고, 춤을 전혀 안 출 것 같은데 무대에 올라오면 신나게 흔드는 관객도 있다"며 "공연할 때마다 달라진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다정도 "'마이너스 7'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무용수들에게 이끌려 무대를 경험해본 관객들은 꼭 다시 작품을 보러 오시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가이 숌로니는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먼 나라 한국에서 사랑받는다는 건 굉장히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한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가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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