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패권 전쟁, 승부처는 데이터 99% 통로 해저케이블
위성이용은 1% 불과, 서구 독점시장에 화웨이 도전
작년 남미-아프리카 첫 대양 횡단 해저케이블 부설, 경쟁상대 부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사태에서 보듯 미국이 세계의 주요 통신 인프라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승패의 향방을 좌우할 승부처는 해저케이블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세계를 오가는 통신데이터의 99%는 해저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인공위성도 이용되고 있지만 용량이 작아 위성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은 1%에 불과하다.
남북 미주대륙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인들의 메일과 금융거래정보는 거의 대부분 해저케이블을 이용한다. 바꿔 말하면 해저통신망을 지배하는 국가가 사실상 세계의 데이터 유통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세계에는 400여 회선의 해저케이블이 깔려있다. 각국의 군사용 비밀케이블도 부설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부설실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호주의 안보담당자들은 해저 통신망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정보를 주고 받으며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정보까지 종합해 분석하면 당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현재 세계 해저케이블 부설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미국의 TE 서브컴이다. 이어 일본의 NEC, 유럽의 알카텔 서브머린 네트웍스의 순이다. 이들 3사가 부설한 해저케이블이 세계 해저케이블의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독과점체제에 구멍을 내기 시작한 게 미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기술이다. 화웨이는 10여년 전 영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해저케이블 사업에 진출, 실적을 쌓으면서 조금씩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남미의 브라질과 아프리카 카메룬을 연결하는 6천여 ㎞의 해저케이블을 완성해 미국과 유럽, 일본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극동지방 등의 단거리 케이블에 주력해온 화웨이가 처음으로 대양을 횡단하는 사업에 성공한 것. 미국, 일본 등 서구업체에 비해 경험은 적지만 기술은 착실하게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현재 화웨이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해저케이블 부설사업은 30여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케이블의 육상기지국을 확충해 전송능력을 높이는 공사도 60여건을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웨이는 2015~2020년 중 20여건의 신규 해저케이블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거리 구간이 대부분이고 모두 완성해도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도 안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얕잡아 볼 수 없는 경쟁상대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우려의 근거는 3가지다.
우선 시장에 진출한 지 10여년만에 미국, 일본, 유럽이 독점해온 대륙간 장거리 케이블 부설능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미-아프리카에 이어 내년 봄 완성을 목표로 파키스탄-케냐, 지부티-프랑스 케이블도 건설중이다.
2번째는 화웨이가 지상 통신인프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다. 해저케이블에 반드시 필요한 중계기와 육상기지국의 전송장치에 특히 강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의 하나로 자국기업에 의한 세계 디지털 인프라건설을 지원하고 있어서다. 화웨이가 정부 지원을 어느 정도 받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가격경쟁에서 미국, 일본, 유럽 기업보다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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