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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지역경제] '마을기업 대박' 꿈꾸는 순천 낙안면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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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지역경제] '마을기업 대박' 꿈꾸는 순천 낙안면 주민들
전국 최초 민간인 출신 면장 주도…주민이 직접 공모 사업 발굴
4개월 만에 마을기업 9개 꾸려…3년간 36개 마을기업 육성 목표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일본강점기 때 빼앗긴 우리 낙안의 막걸리 맛을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한옥현(65) 화목마을 주식회사 대표의 포부는 당찼다.
벌교에서 40여년을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짓다 3년 전 낙안면에 정착한 한 대표는 누룩과 물, 찹쌀로만 빚은 낙안막걸리를 개발해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 대표는 3년 전 지인과 함께 전통 막걸리를 재현하고 싶어 마을기업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어려움을 겪던 그는 올해 초 취임한 신길호(52) 낙안면장의 도움으로 마을형 기업을 다시 시작했다.
낙안면에는 신 면장이 취임한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에 9개의 마을형 기업이 꾸려져 정부와 지자체의 공모사업에 도전하고 나섰다.
3년간 36개 마을에 마을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낙안면이 마을형 기업의 모범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 버려진 밭에서 발견한 '희망'…돌 논두렁이 꽃밭으로
신 면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전 마을을 돌며 주민을 만났다.
2월 중순께 상송마을을 돌던 신 면장은 우거진 넝쿨 사이로 돌담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조선 시대 때부터 다랑논을 만들면서 돌담을 쌓아 논두렁을 만든 것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관리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었다.
칡넝쿨과 잡초를 걷어 내자 오래된 돌담이 나왔다.


상송마을 일대에는 이런 논밭이 49만5천㎡(약 15만평)에 달했다.
신 면장은 주민들과 함께 돌담 논두렁에 천연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내친김에 주민들은 신 면장의 도움을 받아 상송마을 기업을 만들었다.
상송마을 기업은 15만평에 달하는 논밭을 '천년의 정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으로 순천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행정안전부 국민참여 공모사업에 도전했다.
꽃밭을 조성하면 벌이 모일 것으로 보고 로열젤리를 생산할 계획도 담았다.
신 면장은 "낙안읍성을 돌고 꽃밭까지 보면 4시간가량 소요돼 먹고 잘 수 있는 체류형 관광도 가능해진다"며 "관광객 100만명이 내는 입장료 3천원의 수입으로 끝나지 않고 3만원의 소비로 이어져 결국 연간 300억원의 낙수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주민 스스로 만드는 마을형 기업…"마을 전체가 주식회사"
신 면장 취임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 낙안면에는 벌써 마을기업이 9개가 구성돼 활동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 사업 기획서를 만들어 심사를 받고 있다.
전국 3천500여개 마을 가운데 최근 10년간 구성된 마을기업이 1천80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낙안면의 마을기업 구성은 눈에 띈다.
마을기업은 두부·청국장, 전통 막걸리, 부각, 밤묵 등 농특산물부터 동충하초, 로열젤리, 한복체험, 뻥튀기, 소리체험 등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3∼5개의 제품을 생산하며 낙안면 전체에 100여개의 제품을 공급하고 낙안면 공동브랜드로 전국 단위의 판매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농촌 체험마을을 운영하는 임미경(52) 씨는 "작년까지는 농사를 짓고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했는데 면장님이 마을기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밤을 주워서 수확한 물량을 도매상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밤묵을 만들거나 깐밤을 지역 방앗간에 납품해 로컬 푸드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려움은 나누고 지혜는 한데 모아"…마을형 기업의 성공 조건
도시에서 생활하다 귀농한 경우 대부분 마을기업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부족한 농사 경험과 원주민과 관계 등 모든 게 낯설기 마련이다.
큰 포부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에 뛰어들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해 문을 닫기 십상이다.
신 면장은 마을기업의 성공 여부는 '열린 마음'과 '포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1958~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귀농·귀촌하는데 주목한다.
마케팅이나 경영 경험이 풍부한 장점을 살려 지역의 청년들과 힘을 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신 면장은 "마을기업이 크려면 앞으로 7∼9년은 힘들겠지만 전 주민이 참여해 고통의 시간을 나누면 힘든 시기도 절반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국 최초 민간인 면장 임명…경북 의성군도 '벤치마킹'
순천시는 전국에서는 최초로 공모를 거쳐 민간인 신분인 신길호 포항노다지마을 대표를 면장으로 임명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신 대표는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한 뒤 포스코 자회사 기획실장 등을 거쳐 2012년 포항으로 귀촌했다.
2013년 농업회사법인 포항노다지마을을 설립해 직원 28명과 고추·귀리·콩·단호박·배추 등을 수확해 가공식품을 만들어 연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경영ㆍ마케팅 경험을 살려 노다지마을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면 단위에 적용해 마을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낙안면의 새로운 실험은 멀리 떨어진 경북 의성군에도 전파됐다.
의성군은 최근 이웃사촌 청년시범 마을 사업과 특화농공단지 조성, 반려동물 문화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기 위해 안계면장을 개방형 직위로 임용하기로 했다.
신 면장은 "주민 스스로 사업을 만드는 '낙안운동'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싶다"며 "케냐의 키텐겔라시와 7월 말 자매결연을 하는 등 개발도상국과 공동 사업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nu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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