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게 생겼다" '쥴' 국내 출시에 청소년 흡연 확대 우려
미국서 청소년 흡연확대 주범 지목…"학부모·교사 몰래 자유롭게 피울 우려"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이미 지금도 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사는데, 쥴은 아이들이 구매하기 더 쉬울 것 같아요. 모양도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아서 두렵네요."
미국 1위 액상 담배 브랜드 '쥴(JUUL)'이 24일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는 소식에 청소년 흡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015년 미국에서 출시돼 캐나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에서 판매되는 쥴은 미국에서도 청소년 흡연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기기에 별도의 버튼이나 스위치가 없고 일반 궐련 담배에서 나오는 담뱃재도 없어 사용이 간편한 영향도 있지만, 디자인 스쿨 출신들이 만든 담배답게 깔끔하게 설계된 외관이 청소년들의 '힙한' 감성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많다.
언뜻 보면 USB 메모리 스틱을 닮아 담배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고 냄새도 덜 난다는 점도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청소년들이 쥴을 통해 전자담배에 입문하는 일이 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학부모들은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이모(43)씨는 "호기심에 아이들이 쥴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출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걱정했다.
학부모 신희경(47)씨 역시 "연기와 냄새가 나지 않아 청소년들이 더욱 선호할 것"이라며 "부모님에게나 학교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들킬 위험이 적어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과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이모(51)씨 역시 "더 저렴하고 덜 해롭다면 담배를 안 피우던 아이들도 호기심을 갖고 필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실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은 물론 흡연 경험이 없는 청소년 중에서도 쥴에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흡연한 지 3년이 됐다는 김모(18)군은 "평소 전자담배는 비싸서 쓰지 않지만 쥴은 기회가 된다면 구매하고 싶다"며 "주변 친구들도 궁금해해서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은(15) 양 역시 "아이코스를 갖고 있긴 한데 쥴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며 "일단 두 개 다 써보고 쥴이 더 좋으면 쥴을 쓸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 경험이 없는 고등학교 2학년 이다윤(17)양은 "사진을 보니 색깔이 예뻐서 원래 담배를 피지 않아도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를 들게 한다"며 "귀엽게 생겼고 USB와 모양이 비슷해서 기존에 담배를 피우던 아이들은 쥴을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손모(17)군도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새로운 형태여서 흥미가 갔다"며 "전자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은 많이들 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쥴의 출시는 줄곧 하락하던 청소년 흡연율이 최근 반등하는 상황과 맞물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청소년 흡연율은 2007년 13.3%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하락해 2016년 6.3%까지 떨어졌다가 2017년 6.4%에 이어 지난해 6.7%를 기록해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현재 사용률(최근 30일 동안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의 비율) 역시 2014년 5.0%에서 2017년 2.2%까지 내려앉았으나 지난해 2.7%로 반등했다.
이를 두고 아이코스, 릴 등이 2017년 본격 출시된 이후 청소년들도 전자담배를 쉽게 접하며 흡연율이 상승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경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기획팀장은 "쥴의 경우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고 USB 모양이어서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며 "쥴에 대한 정보를 학부모나 학교에 알리는 리플렛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편의점 등에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 등을 올해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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