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탈레반' 린드, 18년 만에 석방…"극단성향 여전" 우려도
2001년 테러단체 지원 혐의로 수감…3년간 당국이 활동 감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붙잡힌 '미국인 탈레반' 존 워커 린드(38)가 18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다.
린드는 2001년 말 체포돼 테러조직 지원 혐의 등으로 2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이 가운데 17년 7개월가량을 복역하고 23일(현지시간) 석방된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에선 모범수의 경우 대개 형기의 85%만 복역한다.
미국 중산층 가톨릭 가정 출신의 린드는 영화 '맬컴 X'를 본 후 10대 때 이슬람으로 전향했고, 아랍어와 쿠란을 공부하러 유학까지 떠났다. 2000년 11월 파키스탄에 갔다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 무장조직 탈레반에 합류했다.
지난 2001년 알카에다의 9·11 테러 당시에도 탈레반 일원이었다.
그해 미군의 탈레반 침공 당시 전투 중에 붙잡혔으며, 11월 아프간 수용소의 유혈 폭동 과정에서 발생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조니 마이클 스팬의 사망 때에도 현장에 있었다.
이후 재판에서 린드는 탈레반 지원 혐의는 시인했으나, 스팬의 죽음에 연루됐다는 혐의는 부인한 바 있다.
비록 17년여 만에 교도소 생활은 마치지만 린드는 앞으로도 3년간 당국의 감시를 받으며 활동에 여러 제약을 받는다.
당국은 린드의 인터넷 장비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부착하고, 온라인 활동도 영어로만 하게 했다. 또 정신과 진료를 의무화하고 극단주의 이슬람과 관련된 자료는 소지도 열람도 못 하게 했다. 린드는 당분간 미국을 떠날 수도 없다.
이러한 엄격한 조건이 붙은 것은 당국이 린드의 극단주의 성향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AP는 설명했다.
실제로 NBC 뉴스에 따르면 린드는 수감 중이던 지난 2015년 지역 방송국에 쓴 편지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미국인들을 참수하는 테러단체들이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포린폴리시는 2017년 국가대테러센터의 조사를 인용해 "린드가 계속해서 전 세계의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옹호하고 있으며 폭력적인 극단주의 관련 글을 쓰거나 번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린드의 석방을 놓고 반발과 우려도 크다.
스팬 요원이 자란 앨라배마주는 지난 3월 린드의 석방이 "스팬의 영웅적인 행동과 유족을 향한 모욕"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일부 주 상원의원들도 교정당국에 서한을 보내 "공공연하게 극단주의 폭력을 부추기는 존 워커 린드 같은 인물이 사회에 나오면 시민과 지역사회의 안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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