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사 조종사 부족 심각…스카우트전 가열
한국업계 '스카우트 제한' 요청…中, 키·시력 등 기준완화
조종사 양성기관 정원 확대 속 안정성·비용 증가 등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적으로 민간항공기의 조종사 부족이 심각하다. 각국에 저가항공사(LCC)가 속속 등장하고 신규노선이 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앞으로 20년간 대략 80만명의 조종사가 새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국 항공사들은 자체 조종사 양성을 늘리거나 수당을 인상하는 방법 등으로 부족한 조종사 충원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는 바람에 조종 기량 부실에 따른 안정성 문제와 비용증가 등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1일 전했다.
"세계의 조종사 수요를 충족하려면 매일 졸업생을 80명씩 배출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이 운영하는 조종사 양성학교의 압둘라 알 하마디 교감의 말이다. 2017년에 문을 연 이 학교에서는 현재 200명이 조종 교육을 받고 있다. 시설 확충을 서둘러 내년에는 재학생을 400명으로 늘리고 최종적으로는 6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 보잉사는 2018년부터 2037년까지 20년간 세계적으로 조종사 79만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26만명으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의 수요가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2위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자국 내에 조종사 양성학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HNA그룹(海航集?)이 호주에 설립한 항공학교가 운영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언론은 500명의 정원 중 90%가 중국인 학생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조종사 양성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항공사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급여나 수당 인상 등의 방법으로 조종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도의 유력 저가항공사인 인디고는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조종사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조종사 스카우트전이 벌어지고 있다. 급여인상은 경영압박 요인이 될 수 있어 한국 항공사들은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에 스카우트 제한조치를 강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조종사 채용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국제항공은 기존 신장 170~185㎝로 규정했던 모집 요강을 작년부터 168~188㎝로 넓혔다. 다른 항공사들도 시력 기준 등을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세계 항공여객수는 45억8천800만명으로 2014년에 비해 38% 증가할 전망이다. 중산층 증가에 따른 여행수요 확대와 저가항공사 등장, 노선증가 등으로 항공여객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조종사 부족으로 인한 운항 차질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저가항공사 플라이비는 지난달 복수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2017년에는 유럽 유수의 저가항공사인 아일랜드 라이언에어가 조종사 부족으로 운항을 대거 취소하는 바람에 약 40만명이 불편을 겪었다.
호주 항공관련 싱크탱크인 CAPA의 피터 하비슨 회장은 전에는 복수의 조종사가 담당할 노선운항을 "한 사람의 조종사가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자마 히테키(風間秀樹) 일본 항공경영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급격한 수요 확대로 종전이라면 채용하지 않았을 인재를 고용하는 바람에 훈련시간 증가로 비용이 크게 높아질 수 있어 조종사 부족이 항공사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