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생활고 비관 일가족 사망…"전조 파악하고 도움 줬더라면"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발생한 일가족 3명 사망 사건의 진상이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의 범행 후 극단적 선택으로 기울고 있다.
이달 초 어린이날 경기도 시흥시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 초부터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의정부에서 또 '일가족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중년 남편과 아내, 고등학생 딸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중학생 아들이 참극의 현장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억대 빚에 괴로워하던 남편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약 2주 전 경기도 시흥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농로에 세워진 차 안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두 자녀는 각각 4살, 2살에 불과했다. 이 가족은 사건 직전 수천만 원의 빚 때문에 괴로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양주시에서 가장이 아내와 6살 아들을 살해하고 차 안에서 자해를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경기도 화성과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1월에는 서울에서 10대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에 시민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어린 자녀들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는 비정함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아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무게는 견디기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극단적 선택은 정말 순간이고 그 시간만큼만 넘어가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적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웃주민 60대 A씨는 "평소 조용하고 화목한 집안이었는데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안타깝긴 하지만 잔인한 선택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배우자와 자식이 짐도 아닌데 자신은 자살이지만 가족들은 살인 아닌가"라며 가장의 극단적 선택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부모가 자식을 해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행위는 한국이나 중국 등 동북아시아 문화권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행위의 기저에는 식구는 가장의 소유물이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사고가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이러한 행위에 대해 엄단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국제적인 아동 보건·보호 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것은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참혹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사법부의 판단도 단호하다. 대법원은 2016년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남편에 대해 징역 35년을 확정 지으며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위기 가정의 징조를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가족 사망 사건들을 보면 가장이 죽으면 아이들은 천덕꾸러기가 된다는 왜곡된 가부장적 심리가 깔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기는 자살이지만 다른 가족에 대해서는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위기 가정의 경우 주변이나 사회에 심리적,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조짐들이 있다"며 "이러한 가정을 미리 파악하고 심리적,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이상의 비극을 막는 길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가족 3명 흉기에 찔려 사망…외부 침입 흔적 없어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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