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로 부상한 인천 원도심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미추홀구, 악취 민원에 민간 운영업체 소송으로 '진퇴양난'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20년 전 조성된 인천 원도심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처리장이 22일 골칫덩어리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는 악취 민원은 물론 민간 운영업체와 소송전까지 벌어진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처리장 운영 여부를 놓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
하루 200t을 처리할 수 있는 인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처리장은 지난 2000년 12월 미추홀구 도화동 일대에 처음 조성됐다.
이 시설에는 현재 미추홀구뿐 아니라 중·동·부평·계양·연수구 등 인근 5개 구의 음식물쓰레기가 함께 반입된다.
원래 미추홀구는 민간 기업에 위탁해 운영 중이던 이 시설을 계약 기간이 끝난 지난 2017년 12월 기부 채납받아 용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그러나 시설을 위탁 운영하던 민간 사업자는 추가 투자비가 들어갔으니 운영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잇따라 들어서자 미추홀구는 시설의 계속 운영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설 반경 수백 m 이내에 대형 아파트단지와 오피스텔 등 2천700가구가 들어섰으며 내년에는 500가구가 추가로 입주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주민으로부터 시설과 관련한 악취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여서 이후 추가 민원이 발생할 것으로 구는 우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물질이 많이 섞여 들어오는 음식물쓰레기의 특성상 동물 사료나 농촌 비료 등으로 자원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형식 미추홀구 자원순환과장은 "음식물을 제대로 자원화하려면 쓰레기에 다른 이입 물질이 없어야 하는데 딴 이물질들이 많이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구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올해 군수·구청장협의회 안건의 하나로 시에 처리장 폐쇄를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처리장 문을 닫으면 현재 운영 중인 인천환경공단 송도·청라 사업소 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설을 증설해야 하고 이곳 주민들이 반발할 수 있다.
실제로 인천시는 하루 420t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서구 경서동 청라 광역폐기물 소각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주민 반발로 사실상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추홀구는 일단 민간 사업자와의 소송 결과를 지켜 보고 처리장 운영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양 과장은 "일단 소송 결과가 나와봐야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로서는 다른 구의 쓰레기 물량을 적게 가져오거나, 아예 폐쇄하고 재활용 쪽으로 용도를 바꾸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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