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비리' 유상봉, 경찰고위직 검찰에 진정…경찰, 의도 의심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에게 과거 뇌물 줬다' 진정…검찰 "내사 중"
민갑룡 "확인되지 않은 것들 공개 적절했나" 검찰 우회 비판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김주환 기자 = 이른바 '함바(공사장 밥집) 비리' 사건 브로커 유상봉(73) 씨가 과거 경찰관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진정을 제기해 파장을 낳고 있다.
유씨가 뇌물을 건넸다고 지목한 고위 경찰관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수사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려 경찰을 흠집 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달 서울동부지검에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현재 이 사건을 내사 중이다.
유씨는 원 서울청장이 서울시내 한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그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정서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원 서울청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원 서울청장은 이날 서울경찰청 출입기자단에 "여러모로 민감한 시기에 다른 오해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입장을 간략히 말씀드린다. 금품수수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고죄로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2010년부터 경찰 간부, 공기업 경영진, 건설사 임원 등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함바 운영권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나기를 반복해왔다. 그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함바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유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수사권조정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원 서울청장에 대한 진정서 접수 사실이 알려진 점을 두고 의심 섞인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진정이 있었다고 하고, 그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법에 따라 할 일"이라면서도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공개되는 게 적절했는지는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유씨가 교도소에 계신 것으로 아는데, 거기서 공개했나"라는 우스갯소리로 검찰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은 과거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과거 부산지검 검사의 고소장 분실·위조사건과 관련해 임은정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고발사건을 절차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민 청장은 "고소·고발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며 "법에 정해진 일련의 절차에 따라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관계자들이 소환조사를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해 강제수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법적 절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라며 "해당 관계자들은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 생각하고, 만약 임의적인 방법으로 안 될 경우 강제수사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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