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기행] 울진 바닷가 '칼국수 식당'
(울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경북 울진에는 40년 전통의 칼국숫집이 있다. 조리도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예전 방식 그대로 연탄불을 이용해 진한 국물을 우려낸다.
칼국수만 파는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투박하게 썰어 넣은 회국수가 요즘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경북 울진의 '칼국수 식당'은 울진읍 읍내리 울진시장 인근의 작은 양옥 이층집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가게 앞에는 1978년부터 영업을 해 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탄 화로에 진한 칼국수 육수를 끓여내던 노모는 이제 체력이 달리는지 방에서 좀처럼 나오질 못했다.
그러나 그 아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0년 전 외지 생활을 접고 돌아온 아들 도원규 씨가 국숫집을 운영하고 있다.
◇ 대표 메뉴 세 가지
대표 메뉴는 칼국수, 회국수, 회밥 세 가지다.
우선 칼국수를 한 그릇 시켰다. 잠시 기다려 홀로 배달된 칼국수는 소문 그대로 육수가 얼큰하고 시원했다. 강한 양념 맛이 아니라 부드럽고 은은한 육수가 속을 따스하게 덥히는 맛이었다.
면발이 특히 부드러웠다. 도씨는 전분과 소다를 넣지 않으면 면발이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것이다. 대신, 몇 분 만에 바로 퍼져버리는 단점이 있다.
칼국수 한 그릇을 빠르게 비운 뒤 양해를 구하고 주방 내부로 들어가 봤다.
식당 바깥쪽에 시커먼 연탄 몇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옆에는 연탄 화덕 3개가 나란히 뜨거운 열기를 뿜고 있다. 각종 육수가 익어가는 과정이다.
주인 도씨는 "가스불로 육수를 끓이면 아무래도 은근한 연탄불로 숙성시키는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연탄불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고단하지만 연탄불로 육수를 끓여야 제맛이 난다는 것이다.
주방에서 나와 도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몇 명 들어왔다. 그런데 그때마다 회국수를 주문한다. 물어봤더니 회국수가 제일 인기 메뉴라고 한다. 회국수를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회국수는 싱싱한 회가 매력이었다. 빨간 양념장을 듬뿍 올려 비빈 뒤에 맛을 본 회국수는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느껴졌다.
회가 싱싱하다는 말에 그는 "당일 새벽에 잡은 제철 물고기와 해산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바닷가 아니랄까 봐…특이한 양념
회국수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싱싱한 회와 함께 어우러진 양념장 덕분이었다. 양념장에 대한 그의 애정은 특별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다양한 재료로 양념장을 만들어본다.
가장 많이 쓰이는 양념장은 바닷물로 맛을 낸 양념장이다. 우선 근처의 바다 가운데 가장 신선한 지역을 골라 바닷물을 길어온다. 이를 끓여 정제시킨 뒤 양념장 재료로 쓴다.
그 바닷물을 이용해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메주는 3년 동안 숙성을 시킨 것을 쓴다. 그래야 감칠맛을 낼 수 있다.
그는 때로는 양념장에 울진 홍게를 첨가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기도 한다. 회국수 면발은 일반 기성 제품을 사용한다. 면발까지 직접 뽑기는 너무 힘들단다. 그래서 그는 양념장에 승부를 건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나온 메뉴의 가격은 저렴하다. 칼국수는 5천원이며, 회국수는 7천원, 회밥은 8천원이다.
자연산 회도 맛볼 수 있다. 회는 2인분에 1만7천원이며 3인분은 2만원이다.
회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울진을 지나가면서 한번 들러 자연산 회 한 접시 먹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포장도 같은 가격이다. 현금만 받는다. 카드 단말기조차 없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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