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디폴트옵션, 퇴직연금 낮은 수익률 끌어올릴까
작년 수익률은 1%대…與자본시장특위, 퇴직연금 개선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위가 20일 퇴직연금 제도 개선안으로 제시한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 옵션 도입이 국내 퇴직연금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005년 국내에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적립금 규모가 이미 지난해 190조원에 이를 만큼 양적으로는 급성장했다.
그러나 가입자와 사업자의 무관심 속에 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 이자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는 퇴직연금 기금형 지배구조의 선택적 도입과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디폴트 옵션 추가 제공을 핵심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와 근로자를 대신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같은 전문 대리인이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방식이다.
노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맡을 수탁법인을 설립해 그 기금 의사결정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한다. 주요 의사결정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법인 이사회가 한다.
현재의 퇴직연금은 계약형으로 기업이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어 퇴직연금 운용을 맡긴다.
그러나 계약형 퇴직연금은 제도 운용 과정에서 근로자의 참여가 제한되고 연금자산관리 등 서비스 경쟁 발전이 더딘 측면이 있다.
또 기업에서는 자산운용 전문가가 아닌 인사, 재무, 총무 등의 담당자가 퇴직연금 업무를 맡고 있어 연기금 수준의 운용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기금형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기금 의사결정 참여를 의무화해 근로자 참여권을 확대하고 기금에 자산운용 전문가를 포함하게 해 전문가의 자산운용으로 수익률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특위 설명이다.
디폴트 옵션은 근로자가 직접 연금자산에 대한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DC형 퇴직연금 자산을 금융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자동투자 제도다.
즉,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운용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설정한 운용방법에 맞춰 운용사가 적당한 상품에 투자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고 계좌를 방치해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취지의 제도다.
특위는 노사합의에 따른 선택형 제도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 운용 행태 연구결과를 보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91.4%가 운용지시를 변경하지 않았다.
특히 근로자가 별도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원리금보장상품을 편입하도록 하는 규약이 있어 수익률 저하를 부추겼다.
근로자의 전문성 부족과 무관심 등으로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연금자산이 방치돼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면 과도한 원리금보장상품 의존을 탈피해 자산운용 역량을 갖춘 전문가가 금융 환경을 계속 확인하면서 자산을 좀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특위는 기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190조원으로 전년말(168조4천억원)보다 21조6천억원(12.8%) 증가했다.
총비용을 차감한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01%에 불과했다.
작년 말 정기예금 금리인 연 1.99%의 절반 수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5%)에도 못 미친 셈이다.
5년간 연 환산 수익률도 1.88%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원리금보장형 위주 자산운용과 저금리 기조 등 운용 구조상 한계로 수익률은 이처럼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로 적립금 190조원 중 원리금보장형이 90.3%, 실적배당형이 9.7%로 원리금보장 상품에 자금이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하고 전문가가 포함된 기금운용위원회의 활성화를 통해 위험자산 비중을 일정 부분 확대하고 적절히 분산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퇴직연금이 장기수익률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기금형 지배구조와 함께 DC형 가입자에 대한 디폴트 옵션 제도가 활성화하면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은 지난해 4월 정부 입법으로 이미 발의된 상태이고 DC형 퇴직연금에 대한 디폴트 옵션 도입은 향후 당정 협의를 거쳐 입법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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