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부총리 부패 추문에 오스트리아 9월 조기 총선
우파-극우 연정 1년 반 만에 붕괴…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극우 타격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극우 정당의 연립 정부 참여로 시끄러웠던 오스트리아가 결국 부패 추문으로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9월 초 조기 총선을 치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연립정부를 해산하겠다고 밝힌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이날 오전 판데어벨렌 대통령을 만나 조기 총선 일정을 협의했다.
극우 자유당을 이끄는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의 부패 추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쿠르츠 총리는 주말인 18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연정은 할 만큼 했다"며 연정 해산을 선언했다.
오스트리아 정가는 17일 슈트라헤 부총리가 등장하는 동영상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2년 전 스페인 이비사 섬이 배경인 이 영상에서 슈트라헤 부총리는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조카라고 자신을 밝힌 여성에게 정부 사업권을 부풀린 가격에 줄 수 있다며 정치적·재정적 후원을 요구했다.
부총리가 되기 수개월 전에 촬영된 이 영상이 공개되자 자유당은 불법 동영상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결국 슈트라헤 부총리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스트리아 제1당인 우파 국민당은 총선 두 달 후인 2017년 12월 전통적인 연정 파트너였던 사민당 대신 제3당인 극우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두 정당이 손을 잡은 것은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자유당은 당수였던 외르크 하이더가 유럽연합(EU)의 압박 등 거센 비판 여론 때문에 당수직을 내놓고 2선으로 물러나는 등 나치 부역자들이 만든 정당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수세적으로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반면 슈트라헤는 국방부, 내무부 등 군, 경찰을 통제하는 부처의 장관직을 자유당 몫으로 확보하며 실세 부총리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나 자유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한 1년 반 동안 소속 정치인들의 나치 옹호, 인종차별 발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고, 최근에는 외곽단체의 대표가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범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게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출발부터 말이 많았던 오스트리아 극우, 우파 연립정부가 해산하면서 23∼26일 치르는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서 유럽 극우 정당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오스트리아 내무부에서 선거 일정을 담당하는 로베르트 슈타인은 로이터통신에 "법적으로는 여름에 선거를 할 수 있지만, 방학·휴가 일정 때문에 9월 15일이 가장 이른 날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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