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패 아픔 씻은 함정우 "상대 선수 의식 버릇 버렸더니…"
(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다른 선수도 떤다. 떠는 게 당연하다고 나를 다독였다"
작년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잃고 역전패를 당했던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함정우(24)는 "다른 선수 성적을 의식하던 조바심을 버린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19일 인천 스카이72 골프&리조트 하늘코스(파71)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앞세워 정상에 오른 함정우는 무엇보다 마음을 바꾼 게 그토록 바라던 첫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엔 상대 선수 의식을 정말 많이 했다. 올해는 다른 선수가 어떻게 치든 내 플레이만 하자고 다짐했다"면서 "내가 떨면 다른 선수 역시 떤다. 떠는 게 당연하니 떨리는 상태에서도 내 플레이만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77' 숫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서슴없이 입고 나선 것도 작년 역전패의 아픔을 씻는데 한몫했다.
그는 "작년 역전패 때 친 타수가 77타였다. 프로 선수라면 '77'이라는 숫자는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면서 "작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입었다"고 말했다.
함정우는 이날도 2번(파4), 5번홀(파4) 버디를 6번(파5), 8번홀(파3) 보기로 까먹자 "작년 (역전패) 생각이 잠시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기다리면 찬스는 온다는 생각으로 참았다"면서 "11번홀에서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게 분위기를 바꿨다"고 말했다.
함정우는 승부에 결정타가 된 13번홀(파4) 샷 이글 때는 "소름이 돋았다"고 당시 심경을 숨김없이 털어놨다. 그는 "정확하게 몇 타 앞섰는지 몰랐지만 잘 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함정우는 "(난도 1위) 17번홀을 파로 마치면서 어느 정도 우승에 확신이 생겼지만 18번홀에서 그린을 놓치자 '우승이 그냥 오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긴장했다"고 돌아봤다.
"뚜렷한 장점도 없지만 크게 잘못하는 것도 없다"고 자신의 경기력을 설명한 함정우는 "지난해 들쭉날쭉하던 웨지샷 거리감을 바로 잡았고 비거리를 조금 늘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년 동안 받은 총상금 1억2천400만원의 배가 넘는 2억5천만원의 상금을 한꺼번에 받은 함정우는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면서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올해 목표를 재설정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1년 꾸준히 잘해야 가질 수 있는 평균타수 1위를 하고 싶다"는 함정우는 대상, 상금왕 등 개인 타이틀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생각보다 첫 우승을 일찍 이뤘다. 이제 2승을 하고 싶다"면서 "한국오픈 우승이 가장 탐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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