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벽돌집 풍경도 오병재 캔버스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역원근법' 작업 모은 애술린갤러리 전시 성황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80∼1990년대 도시에는 붉은 벽돌을 두른 다세대 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너무 흔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벽돌집도 미술가 오병재 캔버스에서는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디자인적인 선과 세련된 채색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시선을 잡아두는 것은 구도다. 멀리 있는 건물이 더 작은, 이른바 소실점을 중심에 둔 원근법이 들어맞지 않는다.
작가는 원근법을 뒤집은 '역원근법' 작업에 10여 년째 매달린다. 강의실 의자로 시작한 작업은 동네 풍경('문양화된 장소')과 책장('문양화된 지적 이미지'), 하이힐, 컴퓨터 서버 등 다양한 일상으로 뻗어 나갔다.
"'역원근법' 작업 핵심은 시점의 교차입니다. 작가 나만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도 함께 봐야 대상의 명확한 해석과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이러한 '다시점'이 중요하다고 믿어요."
작가는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술린갤러리에서 폐막한 개인전에서 '역원근법' 작업을 모아 선보였다. 완벽주의 성향 탓에 작품 수가 많지 않은 데다, 2016년 홍콩 PMQ 개인전 준비에 몰두하느라 5년 만에 여는 한국 개인전이었다. 그만큼 전시도 성황이었다는 것이 갤러리 설명이다.
작가 조부는 서양화단 거목인 오지호(1905∼1982)이며, 아버지 오승윤도 전통 오방색을 활용한 작업으로 유명하다. 국내 서양화단에서 3대째 화업을 잇는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는 2006년 일찍 별세한 아버지를 애틋하게 추억했다. "아버지여서가 아니라 제가 제일 존경하는 예술가가 오승윤입니다. 작업실에 계실 적 아버지 뒷모습에서도 예술을 향한 의지가 느껴졌어요. 삶 자체에 예술이 녹아 있던 분이셨습니다."
애술린갤러리는 아트북으로 명성을 쌓은 출판사 애술린이 운영하는 전시공간으로, 지난해 문을 열었다. 오병재 개인전은 다섯 번째 전시이며 27일 아트퍼니처 전시가 개막한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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