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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음악의 고조할아버지 베토벤…진실하게 연주하고파"
피아니스트 손민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캠퍼스 4층 교수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피아니스트 손민수(43) 교수가 반갑게 맞이한다. 악수를 하는데 손으로 악력이 전해진다. 홍콩 배우 장국영을 닮았다고 하자 화들짝 손사래를 친다.
손민수는 쟁쟁한 남성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분명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바흐와 베토벤, 브람스 '3B' 거장 작품을 다룰 때 그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한다.
오는 21일 금호아트홀 연세, 31일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늘 베토벤을 진실하게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민수는 1994년 한예종 음악원에 수석 입학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음악원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에서 수학했다. 변화경 NEC 교수의 남편이자 '건반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러셀 셔먼이 그를 가르쳤다.
손민수는 "제 음악사적 뿌리를 찾아가자면 셔먼 선생님의 스승이 부조니의 제자였고 부조니는 리스트의 제자였다.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베토벤에게 닿는다"며 "음악적 고조할아버지쯤 되는 분이 베토벤인 셈"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베토벤을 이해할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10대 때 베토벤은 멀리하고 싶던 작곡가였어요. 차이콥스키·쇼팽·라흐마니노프 곡처럼 펑펑 터지는 드라마에 마음이 쏠렸죠.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셔먼 선생님께 '베토벤과 바흐는 이해가 안 가요. 평생 라흐마니노프만 치고 살아도 괜찮지 않나요?'라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도 했대요. 그랬던 제가 변화경·러셀 셔먼 두 선생님을 만나 영혼까지 바뀐 거죠."
불혹에 접어든 그가 생각하는 베토벤은 성인(聖人)이다. "성인이 아닌 이상 인간은 늘 약점투성이잖아요.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가장 뼈아플 수 있는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초월해버렸죠."
내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손민수는 2년 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와 녹음을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킥오프했다. 베토벤은 음악가들에게 워낙 익숙한 작품이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그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저는 평생 베토벤의 음악과 친밀하면서도 어려운,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베토벤을 사랑하게 된 만큼 제 한계 앞에서 무너진 적도 많았죠. 그래도 파고들다 보면 약간의 희망을 얻고, 또 베토벤의 숨결이 제게도 조금 닿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런 깨달음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캐나다 호넨스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손민수는 부조니, 클리블랜드, 힐턴해드, 루빈스타인 등 저명한 국제 콩쿠르 수상자다. 하지만 콩쿠르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콩쿠르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경주마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콩쿠르를 보이콧했던 뛰어난 작곡가 바르톡은 평생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았죠. 하지만 콩쿠르를 나가는 젊은 시절까지만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훌륭한 피아니스트 리히터는 40대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어요. 음악 하는 학생들이 마음의 자유를 잃지 말고, 타인과 똑같은 게임을 해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지 않았으면 해요."
손민수에게 올해는 특히 분주한 해일 듯하다. 여름께 대구시향, 충남교향악단과 협연을 앞뒀고 베토벤 전곡 녹음도 계속 진행된다.
"제 삶의 모든 것을 베토벤과 함께하고 있어요. 베토벤을 생각하며 숨 쉬고, 베토벤을 떠올리며 잠들죠. 이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는 그 무엇에도 마음을 줄 수 없네요. 오로지 그를 닮아가려고 할 뿐입니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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