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서 마음껏 뛰놀아…' 축구클럽 사고현장에 추모글 빼곡
빈자리 없이 쌓인 과자·음료수…"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너희 잘못이 아니야, 어른들이 미안해, 부디 다음 생에는 행복해….'
8살 어린이 2명이 숨지고 운전자 등 6명이 부상한 사설 축구클럽 승합차 사고현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이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1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추모공간 기둥을 가득 채운 추모글에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어른들이 느꼈던 자책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천국에서는 안전하게 마음껏 뛰어놀기를…', '못다 이룬 꿈 그곳에서 이루기를…'이라며 아이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재발방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아프지 마', '하늘나라에서는 잘 지낼 수 있게 기도할게'라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친구의 행복을 소망했다.
추모공간에 마련된 탁자에는 하얀색 국화꽃 다발과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와 음료수가 빈자리 없이 쌓였다.
시민들은 숨진 아이들이 좋아했을 인형과 농구공도 탁자 위에 가져다 놓았다.
이날도 추모공간에는 추모글을 남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부모 등의 손을 잡고 추모공간을 찾은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친구에게 글을 남겼다.
아이들과 추모공간에 온 임귀엽(46)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숨진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다녀 남 일 같지 않다"며 "처음에 사고 소식을 듣고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1학년 때 아들도 축구클럽에 다녔었는데 그때도 통학 차량이 워낙에 빨리 달려 걱정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살 동생과 함께 추모공간을 찾은 신유찬(16)군은 "동생이 숨진 아이들과 같은 나이라 더욱 마음이 안 좋다"며 "하늘나라에서는 동생들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직장 일로 인근에 왔다가 추모공간을 찾은 박재규(50)씨는 "사고 차량이 (어린이통학차량 안전 규정을 강화한) '세림이법' 사각지대라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됐다는 기사를 봤다"며 "제도 개선이 이뤄져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5일 오후 7시 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사설 축구클럽의 스타렉스 승합차가 카니발 승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스타렉스 승합차에 타고 있던 A(8)군 등 초등생 2명이 숨지고 카니발 운전자 B(48·여)씨 등 6명이 다쳤다.
경찰은 당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던 축구클럽 코치 C(24)씨가 황색 신호인 것을 보고도 빨리 지나가기 위해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스타렉스 승합차에 타고 있던 어린이들은 안전벨트를 미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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