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2분기엔 조금 나아질 수 있지만 개선 여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올해 1분기 상장사들의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량이 크게 줄며 상장사 대부분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이 1분기에 바닥을 통과해 2분기에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면서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 요인이 커 연간 실적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 외형·이익 '최악'…코스피 순익 적자 기업 25%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573개사(금융업 등 65개사 제외)의 연결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84조3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0.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7조8천억원으로 36.88%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0조9천억원으로 38.75% 감소했다.
이렇게 이익률이 낮아지다 보니 적자를 낸 기업도 크게 늘었다.
573개사 가운데 143개사(24.96%)가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다. 상장사 4곳 중 1곳꼴로 이익을 한 푼도 얻지 못하고 되려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1분기 말 부채비율도 112.36%로 작년 말(105.52%)보다 6.84%포인트 높아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서 수출 감소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006800] 리서치센터장도 "상장사 가운데는 수출기업들이 많은데, 1분기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안 좋다 보니 매출과 이익 모두 부진했던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하강 국면이었던 것이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무엇보다 반도체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며 "반도체 가격 및 수출 물량 감소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합산 매출이 작년 대비 14.6%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60%, 50% 이상 감소한 것이 전체 상장사 실적에 크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소폭 늘었지만 순이익은 줄었다.
분석 대상 910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1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42% 증가했다.
매출액은 43조1천억원으로 7.38% 늘었고 순이익은 1조6천억원으로 7.80% 줄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93%, 매출액순이익률은 3.82%로 각각 0.19%포인트, 0.63%포인트 감소했다.
코스닥에서도 321개사(35.27%)가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다. 1분기 말 부채비율도 110.99%로 작년 말(102.63%)보다 8.36%포인트 높아졌다.
◇ IT·반도체 쏠림은 다소 완화
그동안 줄곧 지적된 IT·반도체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됐다.
전체 상장사 실적에서 매출액 비중이 12.21%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하면 매출액이 425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64%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96%, 23.55%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워낙 컸고 나머지 기업들은 이보단 훨씬 나은 실적을 냈다는 얘기다.
나머지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순이익률은 각각 4.75%, 3.46%로 작년 동기 대비 감소 폭(각각 1.05%포인트, 1.19%포인트)이 두 회사를 포함했을 때보다 작았다.
코스닥에서도 IT업종 351개사의 매출액이 6.47% 증가하고 순이익은 7.77% 감소했는데 IT업종을 뺀 나머지 559개사도 매출액이 7.87% 증가하고 순이익이 7.81% 감소해 IT업종 의존도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코스닥에서는 오락·문화업종과 제약업종의 매출액이 각각 18.09%, 6.21% 증가해 외형이 커졌으나 순이익은 각각 51.11%, 8.72% 감소해 성장세인 두 업종이 아직 내실을 다지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2분기는 소폭 개선 전망…"글로벌 경기·무역분쟁 타결 여부 관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업들의 실적이 2분기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면서도 대외 환경의 변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연간 어떤 추세로 흘러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보는 쪽은 글로벌 경기가 연착륙하면서 수출이 다소 회복돼 기업들의 실적이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중국이 내수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위험성이 커지면서 더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글로벌 경기 우려가 작년 4분기처럼 패닉 수준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분기에 실적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이고 2분기에도 작년 동기보다는 감소하겠지만 그 폭은 줄어들 것"이라며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반전되는 것은 3분기 또는 4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용욱 센터장도 "반도체 가격은 글로벌 경기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데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뒤로 갈수록 조금 나아지는 것으로 돼 있다"며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수출이 회복될 수 있고 하반기에는 환율 상승도 기업들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005940] 센터장도 "기업 실적은 1분기에 줄었다가 올해 분기별로 올라가는 추세를 띨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은 협상이 길어지긴 하겠지만 결국 타결할 것으로 보고 글로벌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수출도 회복돼 IT·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고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저조해 올해 연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기인 센터장은 "실물 경기와 대외 여건이 안 좋은 상황이 2분기에도 지속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낙폭은 둔화할지 모르지만, 이익 부진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경기 사이클이 한 주기가 끝날 즈음에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에서 그런 것 없이 경기가 흘러오면서 산업 사이클이 위축돼 있어 걱정스럽다"며 "또 하반기에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중소·중견기업의 생산 활동 저하와 인건비 상승이 나타날 수 있어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태봉 센터장 역시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최근 주요국 경기지표 역시 둔화 양상을 보여 2분기 실적 역시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 센터장은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했던 1분기보다 더 하락할 전망인데, 관건은 2분기 실적이 바닥일지에 대한 여부"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6월 말 G20 정상회담을 전후로 타결되고 국내 수출 회복이 진행되어야 하반기 실적 회복이 가능하나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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