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라크에서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美에 반박
'미국이 전쟁 분위기 과잉 조장' 지적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16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이란이 공격이나 위협을 사주하거나 감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란 대표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이라크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이란은 그 누구도 위협하거나 공격을 하려 하거나 사주하지 않는다"라며 "역사가 증명하는 것처럼 이란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않고 오직 자위적인 목적으로 행동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한 여론전을 위한 가짜 보고서에 집착하고 있다"며 "이란은 절대 미국이 구사하는 새로운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미 국무부가 전날 이라크에 주재하는 대사관과 총영사관의 비필수 인원에게 되도록 빨리 철수하라고 지시한 조처를 반박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철수령의 구체적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이라크 내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설명했다.
위협 주체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최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조직을 통해 이란이 미국인과 미국 정부 시설, 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란의 '실제적 위협'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국의 조처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려고 전쟁 분위기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자에서 "미국 정부 관리 3명에 따르면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서 도우(화물·어업용 소형 목선)에 미사일이 실린 사진 몇장을 근거로 백악관이 이란의 위협을 확대했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런 사진으로 '이란이 미군을 공격하려고 한다'라고 보는 것은 대이란 강경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시각이다"라며 "유럽, 이라크, 미 의회, 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런 움직임 대부분을 미국의 도발에 대비한 이란의 방어 행위라고 말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라크 주재 공무원을 철수하라고 한 지시는 확보한 정보에 지나치게 반응함으로써 미국 외교관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한 고위 정부 관리가 말했다"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과잉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라고 전했다.
점증하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의 '전선'으로 떠오른 이라크도 미국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하시드 알사비(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페슈메르가(쿠르드자치정부 군조직) 등 모든 군대를 점검한다"라며 "현재까지 누구를 위협하는 심각한 움직임이나 정보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을 완화하려고 물밑에서 노력한다"라며 "이라크는 다른 나라끼리 패권을 경쟁하는 터가 아니며 다른 이를 공격하는 발사대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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