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국제행사에 통제 강화…中 베이징 시민들 불만 고조
걸핏하면 교통 막고 보안검사…통근시간 늘고 택배도 안 돼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걸핏하면 교통통제로 발이 묶일 때가 많고 지하철을 탈 때는 엄격한 보안검사에 시달린다. 심지어 일부 물품은 시내 반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올해 들어 국가적 대형 행사가 유난히 자주 열리는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15일 개막한 '아시아 문명대화 대회'를 비롯해 지난달 하순부터 일대일로 정상포럼과 세계원예박람회 등이 연달아 개최됐다. 앞서 3월에는 연중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양회가 약 2주간 열렸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이런 행사 때마다 중국 당국이 강한 통제를 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베이징에서는 양회나 국제행사가 열릴 때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의 배송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느 온라인 쇼핑 이용자는 최근 중국 소매 사이트 타오바오에서 파티용품으로 스프레이를 주문했는데 "판매상이 곧 배송한다더니 이내 행사가 열리고 있어 베이징으로는 금지 물품을 보낼 수 없다고 알려왔다"고 16일 연합뉴스에 말했다.
웨이보의 한 이용자는 중고 물품 거래 앱에서 화장품 3건을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에게 팔기로 했는데 행사 때문에 택배를 보내지 못했다면서 "구매자가 기다려주기로 했지만, 그것도 벌써 20일이나 지났다"고 말했다.
또 "매일 같이 행사를 하니 택배가 배송이 안 된다", "베이징을 떠나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 사람도 나왔다.
일부 소매업체는 아예 "'일대일로 포럼'과 '아시아 문명 대화 대회' 등 여러 회의 때문에 일부 상품은 베이징으로 배송할 수 없다"고 공고하기도 했다.
웨이보에는 '베이징우편관리국 보안검사필'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택배 상자를 찍은 사진도 올라왔다. "베이징에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뜻"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국가우편국은 양회 등 중요 행사 전후로 베이징으로 가는 우편물에 대해 보안검사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대형행사 기간에는 도로나 지하철로 이동할 때 교통통제나 보안검사 때문에 고역을 치러야 한다.
베이징으로 출퇴근하는 한 인근 도시 주민은 행사 기간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다면서 "아침에 버스 안 승객을 일일이 검문하느라 버스 몇 대가 줄 서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웨이보의 한 이용자는 과도한 보안검사가 언제 없어질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그는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역에서 검색대를 2차례 통과했다고 말했다. 보안 요원들은 모든 승객의 가방을 열어 다시 검사했고 그는 손톱깎이와 족집게, 눈썹 가위를 '위험물'로 압수당했다. 그는 "보안검사하는 사람도 '나도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이용자도 "하필 행사 때 베이징에 와서 보안검사를 4번 받았는데 가방까지 다 열었다. 15㎖짜리 에르메스 향수도 압수당했는데 나중에 향수를 택배로 부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문명대화 대회가 막을 올린 전날에는 지하철역마다 보안검사하는 승객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한 승객은 한창 퇴근 시간에 지하철역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100m나 되는 줄이 섰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은 "원래 집에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역에 줄 서서 들어가느라 1시간이 더 걸린다. 우리 같은 사람의 시간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어느 웨이보 이용자는 지하철역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보안검사 때문에 정말 짜증 나 죽겠다. 베이징에서 회의하면 불편을 겪는 건 언제나 보통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앞을 지나는 창안제를 비롯해 주요 도로는 통제되기 일쑤고 이 때문에 지각했다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웨이보 이용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항상 강조했는데 뭐가 평등하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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