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미세먼지 문제, 중국 아닌 대기오염물질과 싸워야"(종합)
언론인 간담회…"문재인-시진핑, 미세먼지 논의하면 문제 훨씬 쉬울 수도"
'대권 도전 의사 없다' 재차 강조…"쌓아온 거 다 망치겠다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국가들끼리 서로 싸우지 말고 대기오염물질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은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미세먼지 간담회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오염원의 과학적 규명은 명명백백하게 해야 하지만, 책임을 서로 미루며 실천을 망설여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을 향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이 심각하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하면 좋겠다"며 "실무적으로도 협의하겠지만, 정상 차원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문제가 훨씬 쉬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1980∼1990년대 스웨덴이 영국의 대기오염물질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결국 양국이 현명하게 해결한 사례를 본받을 만하다고 반 위원장은 전했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북한이 자국 생산이 가능한 석탄 사용을 늘린 탓에 북한발 미세먼지도 있다며, 동북아대기청정파트너쉽(NEACAP) 협력체 등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반 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업무를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 우리 국민이 미세먼지로 큰 고통받는 것을 목격해 정말 가슴 아프다"면서도 "미세먼지 심각성을 아동, 학생도 다 아는 지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갈등이 일시적으로 더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갈등이 이익집단 간 비이성적 대결로 비화하지 않고 대승적인 타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계절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지기 전인 올해 9월에는 미세먼지 감축 단기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반 위원장은 "발전소, 공장, 자동차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은 미세먼지 배출원이기도 하다"며 "동아시아에서 화석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에너지 문제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문제와 잘 배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다양화)를 어떻게 할지는 전문가 토의, 국민정책참여단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 위원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 42명 가운데 정치권 추천 인사 5명이 확정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정당이 빨리 지명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반 위원장은 대권 도전 의사가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관련 질문을 받고 "직접 해보려고 하니 밖에서 피상적으로 보고 듣던 정치하고 완전히 다르다고 느꼈다"며 "잘못하면 이제까지 내가 쌓아온 인테그리티(진실성)나 여러 가지 다 망하고, 솔직히 유엔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성도 '반'인데 지금은 '반공'(반 공무원)이 됐다"며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내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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