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5·18 진실' 밝힐 조사위 조속히 출범해야
(서울=연합뉴스) 시간이 약이란 말도 있는데 '광주의 아픔'은 왜 해마다 새로워질까? 부모와 자식, 형제를 잃은 쓰라린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사금파리처럼 날카로웠던 심정이 무뎌질 법도 하다. 그러나 광주의 고통은 39년 전 오늘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왜곡과 폄훼도 모자라 조롱거리가 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처한 현실 탓이다.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간 '오월의 영령' 앞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
5·18에 대해 갖은 비방과 욕설을 일삼아온 자유연대 등 일부 단체는 5·18 추모 기간인 17~18일 광주 일대에서 집회를 예고했다. 오월의 영령이 잠든 5·18민주묘지 앞,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진 금남로, 오월 항쟁의 발원지인 전남대 등 상징적인 장소만 골랐다. 날짜와 장소를 변경해달라는 경찰의 요구를 묵살하고 막무가내로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도 막말이 쏟아진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3월 국회에서 연 공청회에서 이종명 의원은 5·18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들을 '괴물 집단'이라고 불렀다. 김진태 의원을 포함한 이들 '망언 3인방'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했던 황교안 대표는 광주의 민심은 외면한 채 5·18 기념식 참석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신군부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던 5·18이 또다시 보수층 결집을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지만원 씨를 필두로 한 5·18 왜곡 세력의 황당한 주장은 듣기에 참담할 정도다. 기록사진 속 시민 수백 명을 북한군으로 지목하며 5·18 정신을 조롱하고 있다. 전두환 씨는 5·18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발포 명령을 정당화하는 회고록을 발간했다. 인터넷에는 5·18 당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민을 '홍어 무침'이라고 부르는 엽기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망언과 왜곡, 폄훼, 혐오적 표현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넘쳐나고 있다. 왜일까? 5·18의 진실은 여전히 미궁 속이고, 역사적 단죄는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는 수차례 있었으나 발포 명령 체계 등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첫 조사는 1988년 광주청문회였으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신군부의 일원이었던 노태우 정권 시절이어서 청문회가 오히려 군 기록을 광범위하게 왜곡·은폐하는 계기가 됐다.
5·18기념위원회는 올해 39주년 행사의 슬로건을 '오늘을 밝히는 오월, 진실로! 평화로!'로 정했다. 진상규명으로 왜곡과 폄훼를 끝내자는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작년에 출범할 예정이었던 조사위는 8개월째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일차적 책임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있다. 조사위원 3명의 추천을 몇 달씩 미적댔다. 뒤늦게 추천한 인물은 무자격자로 밝혀졌는데도 재추천을 또 미루고 있다.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 범위는 발포 경위와 책임자, 진실 왜곡 및 조작 경위, 암매장지 소재 확인과 유해 발굴, 민간인 학살 등이다. 성범죄와 헬기 사격 등도 조사 대상이다. 시민 행세를 하는 특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됐다는 당시 미 육군 군사정보관의 새로운 증언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여야는 합심해서 하루라도 빨리 진상조사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5·18의 폄훼와 왜곡을 막기 위한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에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이 5·18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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