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교육예산 삭감 반대 대규모 시위…200여개 도시로 확산(종합)
보우소나루 정부 첫 전국 규모 시위…'보우소나루 퇴진' '룰라 석방' 구호 등장
30일에도 시위 예고…내달 중순 노동계 총파업으로 분위기 이어질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재정적자 완화 방안의 하나로 교육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내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27개 주(브라질리아 연방특구 포함)의 주도(州都)를 비롯해 200여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올해 1월 1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국 규모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교수와 교직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시민·사회단체와 좌파 정당, 노동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순식간에 규모가 커졌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에서 벌어진 거리 행진에는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참여해 국민적 저항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을 방문 중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시위대를 '바보, 멍청이들', '동원된 군중' 등으로 표현하며 조롱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위 분위기가 더욱 격해졌다.
이 때문에 시위 현장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과 부패혐의로 수감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구호가 등장했으며, 이런 내용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또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해산에 나섰으며 시위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우에서는 시내버스가 불에 탔다.
브라질 최대 규모 학생단체인 전국학생연합(UNE)은 오는 30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히는 등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방하원에 출석한 아브랑 베인트라우비 교육장관은 교육예산 삭감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으며, 의원들은 교육장관을 향해 즉각 사퇴를 촉구하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연방하원은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압도적인 찬성으로 베인트라우비 장관 소환을 결정했다. 하원의 소환 결정은 사실상 교육장관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되면서 보우소나루 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연방대학과 과학기술 연구 분야, 기초 교육 분야에 대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교육예산의 30%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가뜩이나 대학과 연구기관, 기초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하면 교육 수준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예고한 대로 오는 30일 대규모 시위가 또 벌어지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에 빠지고 국정 동력이 급속하게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다음 달 중순에는 노동계의 총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노동계는 지난 2017년부터 추진된 노동개혁이 정부의 약속과 달리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반발하면서 오는 6월 14일을 전후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보우소나루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이 하원 전체회의로 넘겨지는 시기에 맞춘 것으로,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에 대한 노동계의 거부감을 반영한 것이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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