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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아동은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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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아동은 인류의 미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사진 전시회
"북핵문제 해결돼 문호 개방되면 북한에서 인도주의 활동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전 세계 아동은 인류의 미래입니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죠. 인종과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모든 아동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도 삼가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창립 100주년을 앞둔 15일 서울 마포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오준 이사장은 "분쟁이 일어나면 어린이와 여성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지금도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동과 여성들이 많다. 전쟁 없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아동구호 사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주 싱가포르와 유엔 대사, 유엔장애인권리협약당사국회의 의장, 유엔 국제연합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 등 38년간 전 세계 외교 현장을 누빈 그는 지난해 7월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으로 제2의 인생의 길을 걷고 있다.


다음은 오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세계 NGO 중 가장 오래된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 현재 활동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 적십자는 민간운동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정부가 운영하는 프로세스로 전환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민간단체이고 규모 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NGO다. 세계적으로는 3대 NGO 정도에 속한다. 1차대전이 끝나고 베르사유조약이 체결되기 전에 영국 출신의 에글렌타인 젭이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아동이 아닌 적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아동을 돕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을 세웠다.
처음엔 영국에서도 적국을 돕자고 하니까 법 위반이라며 젭을 체포하고 벌금형에 처했는데, 벌금형을 내린 판사가 감명을 받아 벌금을 대신 내주었고 그게 세이브더칠드런의 1호 기부금이 된 일화가 있다.
인류의 다음 세대인 아동은 무조건 보호받고 구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정신을 가지고 순수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100년을 유지할 수 있는 NGO가 되었다고 본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금도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모든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독립성의 원칙'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다.


-- 올해 창립 100주년 맞았는데 어떤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가
▲ 이번 금요일(17일)에 서울 청계광장에서 100주년 기념 특별 사진전을 연다. 전 세계 세이브더칠드런의 100주년 주제가 'Stop the war on Children'인데 우리말로는 '아이들을 전쟁으로부터 구하자'라는 뜻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창립된 100년 전에도 전쟁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그 원래 목적으로 돌아가 분쟁지역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분쟁이 일어나면 어린이와 여성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대상으로 하는 18세 이하 아동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쯤 되는데 난민 중에는 아동이 절반이다.
한국에서도 우리 실정에 맞는 100주년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그게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라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 개도국형 아동 문제는 많이 줄었다. 선진국형 아동문제의 대표적인 것이 아동학대다. 신체적 학대 뿐 아니라 언어폭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 100가지를 골랐다. 예를 들어 '오빠는 잘하는데 너는 왜 못하니'등 남하고 비교하거나 '셋 셀 때까지 해' 같은 아이를 압박하는 말들이다. 아이들이 그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을 그림으로 그리게 해서 이번에 전시하는 것이다. 반응이 굉장히 좋다.
-- 북한아동 보호를 위해 어떤 구상이나 계획이 있는가
▲ 북한은 아직 개도국형 아동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동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 보호, 교육, 참여가 있는데 그중 생존과 보호가 개도국형 아동문제다. 우선 아이들이 살아남아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그동안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을 통해 북한 아동 구호사업으로 800만불을 지원했다.
그러나 2017년 말에 중지했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국제 NGO들이 북한에서의 사업을 철수했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도주의적 활동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송금이 가능한 금융기관 찾기가 힘들었다. 또 북한 입국 기록이 있으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어 주요 NGO들이 2017년 말 북한에서 활동을 중단했다. 이제 다시 인도주의 활동을 재개할때가 온 것 같다. 다만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 핵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NGO들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인도주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되면 세이브더칠드런도 직접 사업을 하려고 준비를 해놓은 상황이다.


-- 다른 나라 아동 구호도 중요하지만, 국내 빈곤층을 먼저 도와야 하지 않느냐라는 지적도 있는데
▲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1년에 사용하는 사업예산이 600억원 정도 되는데 그중 60%를 해외 전세계 아동 지원에 사용하고 40%를 국내에서 사용한다. 각각 50%로 조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고 있지만 아동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아이의 생존 문제는 적을지 모르지만 보호해야 하는 문제는 아직도 있다. 미혼모, 결손가정, 저소득층 아이들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18개의 아동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 세이브더칠드런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 대학 졸업 후 외교부에 들어갔고 군 복무까지 포함하면 38년 근무했다. 정부를 위해서 평생 일했다. 퇴직하면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현재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과 사회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2018년 1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이사로 합류했고 그해 7월부터 이사장이 됐다.
유엔 대사를 할 때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이 워낙 국제적으로 권리옹호 활동을 잘하는 것을 보아왔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을 할 때도, 유엔 회의를 할 때도, 비정부기구 즉 NGO들에 발언 기회를 주면 항상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장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발언을 했고 NGO 중에서도 목소리가 높았다.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퇴임 후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에서 활동 제의가 들어왔고 아동 인권 또한 사회적 약자, 취약 계층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제의를 수락했다.
-- 올해부터 국제 세이브더칠드런 연맹 이사직을 맡고 있는데
▲ 우리나라는 개발 협력 분야에서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이브더칠드런 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원조를 제공하는 세이브더칠드런 회원국이 28개고 도움을 받는 회원국은 120여개 정도다. 28개국 가운데 활동 예산 규모로 따지면 우리나라가 8위다. 국제 세이브더칠드런 이사회는 총 14명의 이사가 활동 중인데 9명은 임명직이고 5명은 선출직이다. 세이브더칠드런 내 영미권 전통이 강해서인지 임명직은 모두 미국, 영국, 유럽 출신 인사가 독점하고 있다. 아시아인은 저밖에 없다. 저는 영미권과 유럽 지역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출직 이사 중 한 사람으로서 세이브더칠드런이 글로벌시대에 맞는 지배구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일하고 싶다.


-- 세이브더칠드런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아동은 인류의 미래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불변의 진리죠. 자식을 낳아서 그 세대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아동은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에 인종과 국적을 떠나 무조건 보호받고 교육받고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세이브더칠드런의 설립 취지이다. 앞으로 100주년이 지나도 이 취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동은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항상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 그걸 실행하기 위한 방법은 시대에 따라 조금 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지금 펼치고 있는 활동 중에 '놀 권리'가 있다. 놀 권리는 수사가 아니라 'Right to Play'로 세계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입시 공부, 과외 등으로 놀 권리를 많이 뺏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아동이 보호받아야 한다. 그것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제구호개발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조언한다면
▲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만 집중하면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크게 보기 어렵다. 젊었을 때부터 우리와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인종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해외여행을 자주 하고 경험도 많이 쌓으며 외국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어린이마라톤 대회의 의미는
▲ 국제 어린이 마라톤대회를 몇 년째 해오고 있다. 반응도 좋다. 지난 5일에 세종에서 했고 이번 일요일에는 서울에서 한다. 이 행사는 3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어린이와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국제아동 구호 필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또 아동의 놀 권리 차원에서 열린 공간에서 놀 권리를 실현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참가비 1만원을 통해서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여 할 수 있다는 참여의 기회를 준다.
j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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