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은숙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 노래밖에 없었어요"
고국서 37년 만의 새 앨범…쇼케이스서 신곡 '길' 노래
"좌절로 마약 의존, 국위선양 못해 자책"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아무도 모를 눈물이/ 아무도 모를 슬픔이/ 내 가슴을 적실 때/ 난 난 웃을 수 있기에 길을 나선다'('길')
'엔카의 여왕' 계은숙(57)이 밴드 연주에 맞춰 신곡 '길'을 나지막이 노래했다. 허스키한 음색 뒤로 청순하고 앳된 젊은 날의 사진이 흘렀다.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15일 오후 4시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계은숙 새 앨범 '리:버스'(Re:Birth) 쇼케이스에서다.
'리:버스'는 그가 1982년 일본으로 떠난 지 37년 만에 고국에서 내는 앨범이자, 2015년 마약 파문 이후 재기를 위한 행보여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자신을 "말썽꾸러기 계은숙"이라고 표현하며 "잘못한 점은 꾸짖어달라"고 했다.
"데뷔해서 벌써 40년인데, 항상 혼자였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많은 분이 좋을 때나 슬플 때나 응원해주셨는데, 말썽만 부린 게 제 기억 속에 너무 커서 숨어서 반성도 해보고…. 방황기였죠."
그가 과오를 반성한 것은 지난 10년간의 굴곡 때문이다. 1980∼1990년대 '엔카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그는 지난 2007년 일본에서 각성제 단속법 위반죄로 이듬해 강제 추방되며 불명예스럽게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2015년에는 마약과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988∼1994년 NHK '홍백가합전'에 7회 연속 출연했던 화려한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겐 충격이었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올 당시 상황에 대해 "재산 문제, 회사 관계, 매니저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서 스케줄도 엉망이 되고 재산도 넘어가고 굉장히 곤란한 처지에 있었다"며 "실어증에 걸릴 만큼 고민하고 좌절했을 때 했던 게 마약이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의존한 순간이, 이성을 빼앗긴 나 스스로가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또 "일본에서 말썽을 부려 국위선양을 못 해 누군가에게 외치지 못한 억울함이 있었다"며 "국위선양을 못 한 것은 지금까지 스스로 용서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랬기에 다시 무대로 복귀하는 감회는 남달랐다.
"거저 얻은 시간, 거저 지나온 시간이 아니었어요. 아프고 힘들고 의지할 곳 없던 외로움 속에서 노래가 저에게는 호소하기 쉬웠어요. 결국 노래밖에 없었어요."
앨범에는 타이틀곡 '길'을 비롯해 '드림시티', '아파요', '엄마' 등 신곡 9곡과 1979년 데뷔 시절 히트곡을 새롭게 부른 '기다리는 여심', '노래하며 춤추며' 등 총 12곡이 수록됐다. 발라드, 록, 댄스, 스윙 재즈 등 장르가 다채롭다.
그중 '엄마'는 그에겐 사모곡이다. 계은숙은 2016년 만기 출소 두 달 전 아흔 살 노모의 부고를 접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컸다.
"일본에서 돌아와 7년간은 어머니 딸로 살았어요. 어머니가 치매를 앓으셨는데, 딸로 도리를 하기엔 늦은 시간이었죠. 자식과 부모가 바라보는 시간이 엇갈렸어요. 그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는 과거 스캔들로 인한 방황 때문에 일본으로 떠났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을 홀로 키운 어머니를 가슴 아프게 하기 싫었던 점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어떤 사람과 사랑했는데, '계은숙은 홀어머니 딸이야, 가수야, 그런 며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스캔들이 났다"며 "연약한 홀어머니를 가슴 아프게 하기 싫어 일본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인생을 설계하는 그는 활동 계획을 묻자 "팬들과의 스킨십이 소원이었다"면서 다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노래하고 여행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웃었다.
"처음 일본에서 돌아와 보통 아줌마처럼 시장 옷 입고 머리도 흩트려두고 생활한 시간이 정겨웠어요. 한 번도 여행을 못 해봐서 전국의 명산을 다니면서 느끼고, 노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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