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부총리 "EU 재정규약 파기할 것"…금융시장 동요
스프레드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밀라노 증시 하락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재정규약을 파기할 것을 시사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의 발언에 이탈리아 금융 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는 전날 공영방송 RAI에 출연해 "수백만 명의 이탈리아인들을 굶주리게 만들고 있는 EU의 제약들을 뛰어넘는 것이 내 의무"라면서 회원국의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민총생산(GDP)의 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EU의 원칙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살비니 부총리는 앞서 이날 북부 베로나에서 열린 한 정치 집회에서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 EU의 재정규약을 깨뜨릴 준비가 돼 있다"며 "EU가 싫어하더라도 실업률이 5%대로 낮아질 때까지 이탈리아는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현재 실업률은 10% 선에 머물고 있다.
그는 또한 이날 발행된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회견에서도 "회원국의 재정지출을 제한한 EU의 규정은 낡고, 의미 없는 구닥다리 규정"이라며 "EU의 규정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6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출범 이후 난민정책과 예산정책 등을 둘러싸고 EU와 지속적으로 각을 세워 온 살비니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다음 주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약진을 이끌어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차원의 무대에서 정치적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다.
그는 이번 주말에는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 유럽 전역의 극우 지도자들을 불러모아 함께 선거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EU의 재정규약에 정면으로 도전한 살비니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들어 더 두드러지고 있는 이탈리아 연정의 내분 사태와 맞물리며 이탈리아 금융시장의 동요로 이어졌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차(스프레드)는 290bp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고, 밀라노 증시의 MTSE Mib 지수도 0.7% 하락했다.
국제사회는 GDP의 130%를 웃도는 막대한 공공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이탈리아가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부채 부담이 가중돼 그리스식의 채무 위기가 불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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