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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폐수 그림 앞에서 멈춤과 통찰을
갤러리수, 명상을 화두로 기획전…최선·이피·서고운·김용호 참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갤러리 수(SU:)에 걸린 최선 작가의 그림은 여름을 알리는 듯하다. 청보랏빛 화면에 하얀 포말이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서울 난지하수처리장이나 미국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 앞 하수구에서 목격한 오·폐수 표면을 형상화한 작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림이 전연 달리 보인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떠오른다.
15일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수에서 개막한 '멈춤과 통찰'은 최선과 이피, 서고운, 김용호 작업을 명상 수행이라는 화두로 돌아보는 전시다.
변홍철 그레이월대표가 기획한 전시는 '멈춤'(사마타·samatha)과 '통찰'(위빠사나·vipassana)이라는 명상 수행의 핵심 개념을 빌려왔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 또한 대상에 집중하는 사마타와 열린 마음으로 고요히 살펴보는 위빠사나의 어우러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며 작업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사마타·위빠사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선은 '오수회화' 연작뿐 아니라 백열등 표면에 자신의 피를 바른 '전구' 작업 등을 선보였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최선은 "본다는 것에 어떠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고민한 작업"이라며 "현대미술이 겉치장에만 치중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면을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피(본명 이휘재) 작가의 '난자의 난자'는 금칠한 3면 병풍에 여왕처럼 보이는 인물과 알 100여개를 그려 넣었다. 다양한 형상을 품은 알의 정체는 '난자'다. "제 난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상상하면서 만든 작품입니다. 여성이자 작가로서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없는 시점에 화장실 변기 속으로 흘러 사라지는 제 난자들을 하늘로 날려 보냈어요."
시신이 부패하는 단계를 묘사한 일본 불화 구상도(九相圖)에서 영감을 받은 서고운 '사상도'와 소금쟁이나 개구리 시점으로 거대한 연잎을 올려다보는 김용호 '피안'도 흥미롭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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