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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 변수 부상' 와이즈어니스트는 北 최대수준 화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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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 변수 부상' 와이즈어니스트는 北 최대수준 화물선
북한산 석탄 2만5천500t 운반…유엔 보고서 "인니 해역서 환적 계획했다"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美에 압류된 첫 사례…北선원은 전원 귀국한듯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압류·몰수 절차에 들어간 첫 사례로 기록될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는 건조된 지 30년이 된 1만7천t급 선박이다.

선박 추적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총 길이 176.6m, 폭 26m에 최대 2만7천881t을 적재할 수 있는 화물선이다. 크기나 운송 능력 모두 북한 내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주력 상선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인 석탄을 비롯한 광물의 운반에 사용되면서, 대북 제재로 광물 수출길이 막히기 전까지 북한의 '외화벌이'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 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올해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발표한 보고서에 언급되면서다.
보고서는 북한이 화물선 국적을 숨기는 '이중 깃발' 수법으로 금수품목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인근에서 적발된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사례를 소개했다.
선원 25명과 북한산 석탄 2만5천500t을 싣고 북한 남포를 출발한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인도네시아 영해에서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깃발을 달고 있었다.
국제 해상항로에서 선박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도 끈 상태였다. 이는 국제 규정 위반이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이 선박을 조사해 석탄 운송 허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억류를 결정했다. 배에 실린 계약서에 따르면 화물의 가치는 299만달러(약 35억5천만원)어치로 드러났다.
유엔 보고서는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러시아 화물선과 '선박 대 선박' 환적(換積)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또 계약서에는 석탄이 홍콩의 무역회사를 거쳐 한국의 한 회사로 최종 인도된다고 명시됐지만, 두 회사 모두 계약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1년에 가까운 인도네시아 발릭파판항 억류 기간 북한과 미국은 이 배의 인도 여부를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작년 11월 19일 발릭파판 형사법원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북한인 선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인 브로커에게 석탄 2만5천500t의 판매를 허용했다고 전했다.
선박이 북한에 인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미국 정부는 해당 선박이 국제법(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혐의에 연루된 자산으로, 몰수 대상인 만큼 인도네시아 국내법으로만 다룰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결국 배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받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선박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 선박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행위에 관련됐으며, 범죄수익에 연관된 자산이므로 강제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현될 경우 국제제재 위반으로 인해 북한 화물선이 압류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ABC뉴스는 지난 11일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돼 조사 중인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향후 매각돼 테러 피해자 지원기금으로 쓰이거나, 해군 훈련 등에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북한 선원들은 전원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VO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억류 기간에 선원 가운데 1명이 당뇨로 인한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또 1명이 시력을 잃었고, 3명은 뇌종양으로 인해 배에서 내렸다.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싣고 있던 북한산 석탄은 베트남 해운사가 운용 중인 파나마 선적의 '동탄'호로 옮겨져 말레이시아로 향했지만, 북한산 석탄이 실렸다는 이유로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해 싱가포르 해협 인근 공해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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