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 번화한 인천항과 한적한 강화도 농촌 생활상은
국립민속박물관, '인천민속문화의 해' 맞아 특별전 2개 개막
근대화 다룬 '메이드 인 인천'展·1947년 오스굿 민속조사 전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해방 직후인 1947년으로 돌아가 인천을 방문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금도 격자형 도로와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된 중구청 인근에는 신식 건물을 드나드는 멋쟁이들이 적지 않았을 듯싶다. 한편에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들어온 공장들이 가동 중이었다.
반면 인천시 서북쪽에 있는 커다란 섬인 강화도는 여전히 한적하고 평화로운 섬이었다. 구한말 이후 서양식 산물이 쏟아져 들어왔음에도 주민 대부분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19 인천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15일 한꺼번에 개막하는 두 전시 '메이드(Made) 인(人) 인천'과 '인류학자 오스굿의 시선, 강화 선두포'는 이처럼 상반된 인천의 옛 모습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두 전시는 2017년 박물관이 진행한 인천 지역 민속문화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꾸몄다. 인천 공단과 노동자의 생활문화 조사, 강화도 전등사 인근 마을인 선두포 민속조사가 토대가 됐다.
'메이드 인 인천'은 조선이 수도로 정한 서울과 가까운 항구인 인천이 개항 이후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에 나온 유물과 영상이 600여 점에 이를 정도로 많다.
안정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4일 간담회에서 "인천은 서울의 관문이자 기회의 땅이었다"면서 "근대화와 산업화가 인천에 미친 영향, 인천 지역 노동자의 삶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인천이 개항한 시점은 1883년. 1860∼1870년대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 강화도 조약 무대인 인천은 개항 이후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간척사업으로 바다를 메운 땅 위에 공장이 설립되면서 공산품 생산지로 자리매김했다.
안 연구사는 "인천이 지니는 의미를 이야기할 때 '최초'와 '최고'(最古)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다닌다"며 "외국 선박이 가져온 신식 물품인 박래품(舶來品)이 유통됐고, 클럽문화와 커피문화가 인천을 통해 전해졌다"고 강조했다.
제1부 '개항과 산업화'에서는 인천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뒤 제물포가 근대화 관문이 되는 과정, 인천 공단 형성 과정을 다룬다. 인천 개항누리길 주변에 있는 여러 박물관이 선보이는 자료를 한데 모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어 제2부 '공단과 노동자'는 다양한 산업에 종사한 노동자 22명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는다.
밀가루, 설탕, 성냥 같은 생활 물품뿐만 아니라 수출상품과 산업기반시설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흘린 땀과 인상적인 사연을 다채로운 소품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1973년 삼익악기에 입사해 30년간 일한 김선판 씨는 피아노 나무장식을 조각했는데, 산업근로대상 상장과 사진은 물론 작업에 사용한 조각도가 전시됐다.
안 연구사는 "인천 공단 노동자들은 가난을 면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산 평범한 우리 가족과 이웃이었다"며 "국립박물관이 현대인들의 노동을 비중 있게 다룬 사실상 첫 전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인류학자 오스굿의 시선, 강화 선두포'는 미국 인류학자 코넬리우스 오스굿(1905∼1985)이 선두포를 조사하면서 수집한 유물 64건을 선보인다.
북극과 동아시아를 주로 연구하고 1951년 '한국인과 그들의 문화'라는 책을 쓰기도 한 오스굿은 1947년 강화도에서 물품 227건을 모았다. 유물은 현재 예일대 소속 자연사박물관인 피바디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오스굿의 선두포 수집품은 상당히 흥미롭다. 볏단으로 만든 축구공, 나무 손잡이에 가죽을 붙인 파리채, 빨래할 때 쓰는 나무 방망이, 윷과 윷판, 짚으로 제작한 집을 끼운 낫, 수수줄기를 모아 엮은 빗자루가 눈길을 끈다.
윤현정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오스굿이 수집한 자료를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생각이 든다"며 "당시에는 너무 흔해서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던 유물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박물관 조사단은 2017년 선두포를 찾아가 오스굿이 모은 생활용품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폈고, 70년 간격을 두고 선두포 사람들이 쓴 물품 일부를 나란히 배치했다.
전시는 모두 8월 18일까지. '메이드 인 인천' 전시는 10월부터 12월까지 인천시립박물관에서도 열린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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