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만 있기를"…안동서 앤드루 왕자가 전한 여왕 메시지(종합)
하회마을 등 가는 곳마다 세심하게 살펴 "어머니가 일일이 보고하라 했다"
사과나무 기념식수하고 봉정사서 대영제국 사행시 족자 선물 받아
주민·관광객 '앤드루' 연호하며 환영…농민 참외 한 상자 전하기도
(안동=연합뉴스) 한무선 김현태 기자 = 14일 경북 안동을 찾은 앤드루 영국 왕자가 시민의 환대 속에 20년 전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걷던 길을 세심하게 되짚었다.
그는 안동에서 모든 걸 체험하고 돌아와 일일이 알려달라는 여왕의 당부를 잊지 않고 주변을 유심히 둘러봤다.
하회마을의 서애 류성룡 선생 종택인 충효당에서는 골목길에서부터 주민들이 태극기와 영국 국기를 흔들며 앤드루 왕자를 반겼고 그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앤드루 왕자는 충효당에서 사랑채를 둘러보며 한옥의 고풍스러운 정취를 감상한 뒤 마당에서 20년 전 여왕 방문 당시 기념으로 심은 구상나무를 한참 동안 살펴봤다.
그는 나무에 관한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는 "나무가 푸르게 자란 것을 보니 잘 가꾼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담연재로 자리를 옮긴 앤드루 왕자는 20년 전 여왕이 받은 생일상이 그대로 차려진 모습에 감탄했다.
궁중에서 임금에게만 올리던 봉황 모양의 '문어오림'과 매화나무로 만든 꽃나무 떡 등 47가지 전통음식이 차려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앤드루 왕자는 "어머니께서 다녀가셨던 길을 제가 이렇게 걷게 돼 기쁘다"며 "영국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상당히 특별하다. 특히 과거 저희가 같이했던 일을 다시 축하하는 기회를 만든 것은 양국 관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1999년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은 것을 깊이 기억하고 있다. 하회마을 주민과 안동시, 경상북도 여러분들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여왕의 메시지를 대신 전하자 큰 박수가 나왔다.
그는 또 "어머니가 안동에 가서 모든 것을 보고 살피고 느끼고 체험하고 와서 한 가지도 빼지 말고 나에게 일일이 다 보고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회마을을 나선 앤드루 왕자는 여왕이 다녀갔던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과 봉정사도 차례로 찾았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그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사과 종류(부사)가 무엇이며 언제 어떻게 수확하는지, 경매를 거친 사과가 어디로 납품되는지 등을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공판장에서 열린 전자경매 시연도 지켜봤다.
20년 전 여왕이 심은 나무 가까이에 사과나무 기념 식수를 한 앤드루 왕자는 "오늘 심은 나무에서 열린 사과를 가을에 따다 주느냐"고 물은 뒤 "따서 영국으로 보내겠다. 여왕 100세 때도 기념 식수에서 나온 사과를 보내겠다"는 답이 돌아오자 밝게 웃었다.
이후 그는 '조용한 산사' 봉정사를 찾아 대웅전과 극락전을 둘러보고 극락전 앞에서는 과거 여왕이 그랬듯이 돌탑을 쌓고 범종을 타종했다.
사기로 만든 기왓장에 서명하고 봉정사 측으로부터 '대영제국'으로 지은 사행시가 쓰인 족자를 선물 받고 기뻐했다.
봉정사는 여왕이 방문 당시 방명록에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라고 쓴 유서 깊은 사찰이다.
봉정사 측이 앤드루 왕자에게 경내 시설과 여왕 방문 당시를 설명하며 꼭 다시 찾아주길 요청하자 앤드루 왕자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날 앤드루 왕자는 가는 곳곳에서 환영 인파에 둘러싸였다.
주민과 관광객은 '앤드루'를 연호했고 한 농민은 차에 오르려는 앤드루 왕자에게 즉석에서 참외 한 상자를 선물하는 등 모두 크게 반겼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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