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세계유산' 서원…정신문화 가치 되새기는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조선 시대 사설 교육기관인 서원 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예고됐다. 등재를 심사하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의 서원을 등재 권고한 것이다. 전례에 비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6월 30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막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된다. 서원이 세계유산 대열에 당당히 들어서면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남한산성, 산지승원 등 세계유산 14건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의 다양하고 유서 깊은 자연·문화 유산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잇달아 인정받고 있어 뿌듯하다.
'한국의 서원'은 중종 때 백운동서원이라는 명칭으로 건립된 조선 첫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이다. 이들 서원이 조선 시대를 주도한 이념인 성리학의 사회적 전파를 이끌었고 정형성을 갖춘 건축문화를 이룩했다는 점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받곤 하는 성리학과 서원이 한 시기를 풍미했던 시대정신의 증거임을 널리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성리학과 서원이 추구했던 정신과 실제의 잘잘못을 돌아보고 오늘에 맞게 재해석해 삶에 녹이는 작업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과제다.
지난해 11월에는 한반도 고유 세시풍속 놀이인 씨름이 남북 공동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바 있다. 종묘제례, 강강술래, 아리랑, 김장문화, 제주해녀문화 등에 이어 대한민국이 20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된 성과였지만 남북이 공동으로 등재했다는 의의도 컸다. 조선 시대 서원은 성격상 남북 공동 등재가 어려웠겠지만 양측이 함께 추진할 만한 유산에 대해서는 보조를 맞춰 공동 등재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도출하길 기대한다. 이런 문화 분야 공조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통 유산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보존관리와 전승이라는 더 큰 과제가 앞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에 등재를 권고하면서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이코모스의 주문이 아니더라도 정확한 고증을 기초로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보존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고증이 잘못돼 역사적 유산이 왜곡된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라 시대 문장가인 최치원을 기리는 전북 정읍시 무성서원 일대에 선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시설과 저잣거리가 조성된다고 한다. 서원이 세계유산으로서 위상을 갖추고 새롭게 단장되면 많은 관람객이 찾게 된다. 역사적인 유산을 매개로 문화와 관광 시설이 조성되고 개방되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다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광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에 그치지 말고 수준 높았던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산 교육장이 되도록 가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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