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국 '반전' 신호 살려 의회정치 되살리길
(서울=연합뉴스)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심화한 경색 정국이 반전의 계기를 맞을지 관심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북한의 무력시위에 일부 후퇴 우려마저 나오고 미·중 무역분쟁 탓에 한국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느는 최근, 의회 활동의 부재와 정치 실종은 심각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계속하며 거친 언사로 여권에 불신을 표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원내로 유인할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과 여당의 극적 해법 마련이 절실해진 가운데 나쁘지 않은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청와대는 13일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 회동을 수용한다면 문 대통령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회동을 열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방안을 한국당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의 위상을 고려한 일대일 만남은 황 대표가 직접 요구한 것이다. 또,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여야정 협의체) 참여 범위를 교섭단체 정당으로만 제한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에 "고민스럽다"고 밝혀 어느 정도 열린 자세를 보였다. 청와대가 5당 참여 원칙을 강조한 것과 다른 맥락이다. '대통령-5당 대표 회동'과 '대통령-여야 원내대표가 함께하는 여야정 협의체 개최' 합의 문제는 막힌 정국을 뚫을 출구로 인식되는 투 트랙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변화의 조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지금은 대화 기회를 포착할 호기로 여겨진다. 86그룹 간판인 이인영 원내대표가 여당의 원내 지휘봉을 잡고서 경청을 강조하고 나섰고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에 유성엽 의원이 뽑혀 새로운 원내전략으로 임하겠다는 의지가 드높다.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 캐스팅보트로 존재감을 보인 바른미래당 역시 김관영 원내대표 후임에 김성식, 오신환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며 양보 없는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여야 주요 정당이 이들 신진 인사로 원내사령탑을 세워 침체한 여의도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 부활을 이끌길 기대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런 흐름을 타고 초월회 회동에서 "원효대사가 '화쟁(和諍)'이란 화두를 말씀하셨는데 제가 늘 주장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유사한 개념이다. 의견이 다른 사람이 모여 그걸 인정하면서도 화합하라는 취지"라며 "우리 국회, 대한민국에 이 말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야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싸워야 하고, 동시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문 의장의 권고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로 국회를 방치한 채 분별없는 감정의 언어로 혐오를 부추기는 일부 정당 지도자들은 각성하길 촉구한다. 무엇보다 정국 타개의 키를 쥔 민주당과 한국당은 의회는 서로 다르고 적대적인 이해관계를 단순 전달하는 대변자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국민의 심의기관이라는 점을 되새기며 이를 실천해야 할 순간을 맞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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