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기기조 판단, 6년2개월 만에 '악화'로 하향조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앞으로 국내 경기가 정점을 지나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일본 내각부는 13일 지난 3월의 경기동향 일치지수(속보치, 2015년=100)가 전월 대비 0.9%포인트 낮은 99.6을 기록해 2개월 만에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내각부는 3월 지수가 낮아진 것에 대해 미국과 무역갈등을 겪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종의 생산 감소를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본의 경기동향지수는 국내 경기의 전반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매달 내각부가 공표하는 통계다.
경기 현황을 보여주는 일치지수는 속보단계에서 광공업생산지수, 소매 판매액, 유효구인배율 등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7가지 지표를 반영한다.
내각부는 이와 함께 향후 지수 추세를 예상하는 기조 판단을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음을 뜻하는 '악화'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정부가 경기 기조를 '악화'로 판단한 것은 제2차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3년 1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일본 언론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세계 경기의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경기 악화 판단이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올 7월 상원 격인 참의원 의석의 절반을 교체하는 선거와 10월의 소비세율 인상(8→10%)을 앞두고 있다.
아베 정부는 2008년 있었던 세계 금융위기급의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소비세율을 예정대로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나빠진 경기 지표가 소비세 인상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경기 기조 판단은 경기에 민감한 지표를 합한 지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한층 농후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다른 통계를 참고해 이달 하순의 월례 경제보고를 통해 경기 기조에 대한 공식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3월 경제보고 때 '완만하게 회복'이라는 표현을 유지했지만 이달 말 보고에선 이 표현이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망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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