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전 지안 고구려 유적 조사보고서 '통구' 발간
인하대 박지영·복기대 교수 번역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35년과 이듬해에 일본 연구자들이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 고구려 유적을 답사한 뒤 펴낸 학술 보고서가 번역·출간됐다.
고고학·역사학 서적을 전문으로 펴내는 주류성출판사는 1900년대 만주 고고학 연구자료 국역총서 첫 책으로 이케우치 히로시(池內宏)와 우메하라 스에지(梅原末治)가 쓴 '통구(通溝)'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보고서는 지금은 사라지거나 훼손된 고구려 유적 사진과 도면을 수록해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출판사는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 원서와 동일한 크기로 번역본을 제작해 도판을 정밀하게 담아냈다.
원서는 일만문화협회가 1938년 발행한 '통구 - 만주국 통화성 집안현 고구려 유적'과 '통구 - 만주국 통화성 집안현 고구려 벽화'로 구성된다. 상권은 고구려 유적과 고분을 개괄적으로 설명했고, 하권은 벽화고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통구'는 지안 일대 평야 명칭이다.
저자들은 '통구성'과 '산성자산성'을 각각 '환도성'과 '환도산성'으로 비정하고 광개토왕비, 장군총, 태왕릉, 천추총, 모두루총, 무용총, 각저총, 삼실총, 사신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실었다.
이들은 서설에서 고구려 초기에 수도가 압록강변 지안이었다고 설명한 뒤 당시에도 이 지역 고구려 유적이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역자는 한일 비교문화를 전공한 박지영 인하대 연구교수와 고고학자인 복기대 인하대 교수다.
복 교수는 "'통구'의 내용을 이루는 일본학자 조사는 이 지역 유적에 관한 첫 번째 본격적 학술조사였다"며 "도판 자료는 지금도 활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이지만, 조사 당시는 만주사변이 일어나고 만주국이 수립된 직후여서 지안 지역을 일본 제국 영토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학자들이 지안 유적을 '국내성' 혹은 '환도성' 조사보고서로 내지 않고 '통구'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점이 이상하다"며 "이러한 의문을 비롯해 일본 학자들의 기존 연구는 다시 검토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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