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서 상선 4척 '사보타주' 피해
UAE "사상자·연료 유출 없어"…미-이란 대치 속 배후 언급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 접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동부 영해 근교에서 12일(현지시간) 4척의 상선에 대한 의도적인 파괴행위(사보타주)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제재에 맞서 이란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미국이 병력을 대폭 증가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UAE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파괴행위로 사상자 발생이나 유해 물질 혹은 연료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성명은 또 "상선들을 파괴행위의 대상으로 하고 승조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위험한 국면으로 생각된다"며 국제사회가 해상 안전에 대한 위협에 맞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AE 측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나 배후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피해 상선은 여러 나라 국적이며, UAE 정부 및 국제기관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UAE를 구성하는 7개 에미리트(토후국) 중 하나인 동부의 푸자이라 인근 해안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으며 유조선 운항이 세계에서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UAE 측의 이번 발표는 레바논 등의 언론들이 푸자이라 항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이뤄졌다.
UAE 측은 푸자이라 항은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항구 안쪽에서 일어났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관련 산업계 소식통들도 푸자이라 항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UAE의 동맹국인 바레인은 이번 사건을 "위험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은 이란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겠다며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 폭격기들을 중동에 속속 배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세계 주요국들이 2015년에 맺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지난해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고, 덩달아 지역 내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이란은 지난주 핵 합의에 따른 제재 해제가 없다면 핵 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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